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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울렁 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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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길 떠날 짐을 꾸린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싸돌아 다니는 나에게 "역마살이 낀 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역마살이 낀 인생을 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짐을 꾸려야 할 일이 많았다. 짐꾸리기도 이력이 붙나 보다. 짧은 시간에 짐을 꾸리고 빠진 것이 없나 생각해 본다. 막상 비행기타고 나면 챙기지 않은 물건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현지에서 사서 쓰는 수밖에 없다. 여행을 잘 다니려면 현지 물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자주 출장다니는 사람들은 항상 두 개의 트렁크를 준비하다고 한다. 출장지에서 돌아와서 다른 곳으로 바로 가야 하니까..... 그들처럼 살지도 않는데 나도 그들만큼 짐을 꾸렸던 시절이 있었다. 일주일에 사흘은 짐을 꾸리고 풀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몇 주 정도는 버틸 짐을 꾸릴 수 있다. 이걸 자랑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빠르게 사시사철에 맞는 짐을 꾸릴 수 있다. 검색사이트에 짐꾸리기 요령이라도 올려야 할까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여행 짐 중에서 겨울여행 짐을 꾸리기가 제일 어렵다. 짐의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피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아 올 때 갖고올 물건도 생각해야 한다(나는 나갈 때 짐보다 돌아올 때 짐이 더 많다. 그 놈의 차때문에......). 옷을 돌돌 말아 부피를 줄이는 등, 여름여행 짐보다 신경을 더 썼더니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30분이면 뚝딱할 것을....

2주 정도 나갔다 오려니 짐이 많다. 무거운 배낭이 싫어 카메라 본체와 렌즈 두 개까지 트렁크에 넣었더니 부피가 더 늘었다. 탑승권 수속 때마다 항공사 직원들이 귀중품은 빼라고 한다. 처음에는 잃어버릴까봐 배낭에 넣고 다녔지만 지금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편안하다. 공항에서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다 보면 무거운 배낭은 그야말로 '짐'이다.

그래도 노트북은 배낭에 넣었다. 게다가 책 한 권, 각종 서류들 등등. 공부못하는 놈이 가방만 무겁다는 말이 떠오른다. 의욕만 넘치는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출장지에서 얼마나 책을 보겠다고, 얼마나 글을 쓰겠다고..... 유목민족의 후예도 아닌데 모바일의 조건은 모두 갖췄다.

이제 여행자 보험만 가입하면 된다.
끝난 줄 알았냐?고 외치는 '몽키헤드'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린다.

'울렁 울렁 울렁대는 트위스트'를 바라지는 않지만,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