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끼고

심장을 뛰게 하는 Rock and Roll Music

풀무더기 2009. 11. 3. 22:57

The Beatles, Beatles for Sale, 1964.


몸이 무겁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는 강한 비트의 노래를 듣고 싶다. 몸을 흔들어 대며, 헤드뱅잉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중년의 나이에 헤드뱅잉(headbanging)하다가 목디스크로 병원신세질까봐, 눈동자만 굴리며 아이뱅잉(eyebanging)으로 만족해야겠지만, 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눈동자를 머리 돌리는 속도 정도로 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직업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한 곡의 음악이 경쾌한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심장까지 뛰게 한다면 그 곡은 최고의 감동을 주는 음악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강렬하게 다가왔던 음악 한 곡 정도는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음악을 너무 진지하게 들어서 푹 빠져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Led Zeppelin의 Rock,n Roll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잠실역 인근을 지나고 있었는데, 이 한 곡이 늘어진 오후의 기분을 말끔하게 걷어냈다. 곡을 다 듣기 위해 한 정거장을 더 갔을 정도였다. 고음역을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Led Zeppelin의 보컬 Robert Plant의 환상적인 목소리와 다른 3명의 멤버(기타;Jimmy Page, 드럼;John Bonham, 베이스;John Paul Jones)들의 연주력이 돋보인다. 비트가 강하고 빠른 템포로 진행되다 보니 레드 제플린의 다른 곡에 비하여 완급조절과 저고음역을 오가는 풍부한 표현력을 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할 정도로 강한 비트는 자극적이다.

Rock n Roll-Led Zeppelin-1973(Copyright 1976 The Song Remains The Same Led Zeppelin Swan Song Records)


런닝타임이 끝났다. 그런데 펄떡거리며 뛰었던 심장과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이래서 1950년대 중반 Rock,n Roll이 등장했을 때 지배권력과 기성세대들은 거부반응을 보였나 보다. 스탠다드 팝에 길들여져 있던 그들에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날뛰는 밴드의 노래와 춤은 경계대상이었을 것이다. 오늘날도 사회지배층은 자신들의 도덕적 표상에서 어긋나는 것들이 나타나면 타락의 상징으로 응징하는데, 1950년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했다. 그럼에도 이 시기 록큰롤 스타들의 등장은 대중음악사에서 록큰롤이라는 장르를 대중들의 몸을 통해 내면화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록음악이 파생될 수 있었다. 부딪침(Rock)과 돌리기(Roll)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Rock,n Roll의 정서는 당시 미국사회의 백인 중심의 청교도적 분위기에 대한 반항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성적인 표현과 몸짓을 담고 있었던 록큰롤은 당시 새롭게 문화소비층으로 등장하고 있던 틴에이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록큰롤 음악은 미국에서만 유행하지 않고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의 뮤지션에게 큰 영향을 주는데, The beatles도 록큰롤의 영향을 받은 밴드 중 하나였다. 비틀즈는 4집 앨범(Beatles for sale)에서 Chuck Berry가 1958년에 발표한 Rock,n Roll을 리바이벌하기도 한다. 척 베리는 록큰롤 음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비틀즈는 이미 1집 앨범(Please Please Me)에서 척 베리의 기타 리프를 차용했을 정도로 그의 음악과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설이 길었다. 탄생 배경과 역사적 변천도 중요하지만, 음악은 감성으로 느끼는 것이다. 척베리와 비틀즈가 노래한 동명의 곡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곡이 잘 다가오는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Rock and Roll Music-Chuck Berry in Concert-London 1972


Rock and Roll Music-The Beatles(1965)


록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이 비틀즈보다 수준이 낮은 것으로 통념화되어 있는데,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Jailhouse Rock-Elvis Presley(1957)

진도가 안 나가는 글 속에서 헤매고 있다가 비틀즈의 Rock and Roll Music이 실린 4집 앨범을 꺼내 들었다. 문득 Led Zeppelin과 Chuck Berry의 곡도 생각났다. 한 곡을 통해 유사성을 지닌 여러 곡을 듣는 것은 감성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어떤 곡을 우위에 놓을 수 있을까? 그건 듣는 사람의 기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