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간선도로에서 본 중랑천, 서울, 2010. 8.
소나기 오기 직전, 정체된 동부간선도로에서 고개를 돌렸다. 똑딱이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누른다. 회색빛 농담이 강했던 하늘이 허여멀겋다. 멀뚱이 서있는 아파트나, 휘돌아가는 고가도로나 허여멀겋기는 마찬가지이다.
소나기 오기 직전, 모든 것이 회색이다. 그렇지만 풀은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울고 있었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발목까지, 발밑까지 누웠다. 풀은 등과 배를 유연하게 뒤집으며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누운 풀숲을 헤치며 사람들이 강물을 따라 걷고 있었다.
풀, 서울, 2010. 8.
물의 흐름을 역행하는 자들만이 포도(鋪道) 위에서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지 못하면서.......
불쾌지수 높던 퇴근 길에서 김수영 시인의 <풀>이 떠오른 이유는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