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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의 세상

흔들림 예찬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일단 대상의 윤곽선이 또렷해야 하고, 색채가 선명해야 하고, 기타 등등의 요건을 충족한 것이 잘 찍은 사진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 찍은 사진은 원래의 상태보다 더 멋있게, 더 아름답게 뻥튀기된 사진이다. 사람들은 원형을 제대로 재현한 사진보다 뽀사시하게 보이는 사진에 열광한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담은 사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긴 예전에도 증명사진을 붓으로 수정했으니까, 원판 수정은 사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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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서울 동부간선도로, 2010. 9.


프로 사진가들 중 일부는 디카로 찍은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도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거창한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진짜 이유는 포토샵을 다루는 기술이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방식을 지금도 유지하는 편이다. 피사체를 이미지에 담기 전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더 많은 생각을 할애한다. 그렇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부터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필름카메라로는 필름값이 아까워서 시도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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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서울 동부간선도로, 20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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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서울 동부간선도로, 2010. 9.


최근에는 디카의 장점을 살리는 사진찍기를 시도하고 있다. 흔들리는 모습 그대로,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이미지를 수정하지 않고 그냥 놔두기 등등. 대표적인 것이 똑딱이로 일부러 흔들리는 사진을 담는 것이다. 아내는 이렇게 장난질한 사진을 보면 걱정을 많이 한다. 운전하면서 사진 찍다 황천길로 갈 수 있으니까. 늦게 퇴근하다 도로 변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똑딱이를 들고 셔터를 누른다. 저속 셔터의 '차~알칵' 소리와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부조화로 몇 개의 이미지를 담았다. 좋은 사진은 아니다. 그냥 장난삼아 찍어본 것이지만,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오랫동안 찍다 보면 꽤 괜찮은 이미지 모음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