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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배울 점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서 일대 (一帶)는 하나의 권역, 일로(一路)는 각지를 연결하는 하나의 교통망을 뜻한다. 이 정책은 고대 한나라와 당나라 시기의 비단길, 송명청으로 이어진 해상실크로드를 합작한 계획이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무역거래를 간청하던 고대와 중세 시기의 영광을 이 계획을 통해 재현하고 싶어한다. 중앙아시아 초원을 가로지르는 비단길의 주요 거래품목이었던 비단과 종이의 제조기술이 유출된 후, 송대부터는 도자기와 차로 돈을 벌었다. 아편전쟁 전까지 중국은 거만한 태도로 이민족을 대했다.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외세의 침탈과 내전 등을 겪는 혼란으로 이어졌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경제제재와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의 정책 실패로 가난한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오의 사망 이후 덩사오핑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다. 이는 공산당의 강력한 일당지배체제를 바탕으로 한 국가자본주의에 가깝다. 빈부격차의 심화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중국의 세계적 위상은 상승되었고 정부의 곳간은 두둑해졌다.

이제 중국정부는 과거의 치욕을 씻고자 한다. 머리를 조아렸던 이민족들을 거만하게 바라보았던 황제는 없지만 중국의 자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대일로는 다시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세우려는 계획이다. 현대판 중화체계의 실행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우리처럼 북방과 남방의 교통로를 묶는 계획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통로를 만들고 그 결과로 하나의 경제권역이 형성되어도 이 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일대일로를 지속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철도의 연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대 (一帶)의 경제권역에서 중국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일대일로에서 무엇보다 각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외국어대학에서 소수 언어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유럽의 폴란드, 체코, 헝가리, 이탈리아, 포르투칼어 학과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터키, 이란, 파키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어를 가르치는 학과를 신설했다. 심지어 이미 개설되어 있던 스와힐리어과 이외에도 가나와 나이지리아의 소수언어인 하우사어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역의 우르두어, 히브리어학과까지 개설했다.



우리와 다르게 기초부터 다지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이미 중국정부가 지원한 차관으로 제3세계 국가의 인프라들이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한 중국의 인재들은 앞으로 수십 년동안 일대일로의 국가와 중국을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한 철도의 대륙철도 연결에 대하여 장밋빛 전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베를린, 런던까지 관광할 수 있다는 로망을 부추긴다. 그런데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통과하는 시베리아 지역의 소수민족과 다양한 문화 및 생태 등을 공부하자는 주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21세기에 미국이 세계 역사상 최대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역 전문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은 미국이 갔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미중 갈등은 무역과 국방보다 인재와 세계를 보는 전문가 그룹의 양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를 경영한다는 시각과 태도로자국 내에 세계 각 지역을 연구하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미국이 갔던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한반도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한제국 시기 한반도에서 벌어진 대륙과 해양 세력의 충돌을 연상시킨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역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대일로의 대상 지역이자 대륙철도 등이 중국동북지역, 시베리아의 퉁그스 계열 민족들에 대한 연구이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에 집중된 유럽학보다에서 벗어나 동유럽에 대한 연구이다. 다만기초학문에 해당하는 이 분야를 성과라는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정부는 소수민족언어를 가르치면서 단기간에 성과가 이루어지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수십 년 뒤를 보고 이 언어를 가르치는 학과를 신설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중국정부의 이러한 투자는 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