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as Preist '첫' 내한 공연(2008년 9월 21일,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
21일 저녁 고교 시절 나의 로망이었던 Judas Preist의 첫 내한 공연을 보러 갔다. 전성기를 15년이나 지난 밴드가 첫 내한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온 것을 보면서, '첫'이라는 수식어의 의미가 퇴색하는 느낌이 들었다. 노장이 되니 돈이 궁해서일 수도 있고, 한국의 헤비메탈 팬들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일본 투어왔다가 거쳐가기 위해 온 것일 수도 있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내한공연을 했겠지만, 어쨌든 난 반가웠다. 고교 시절 세운상가 빽판(해적판) 음반 사다가 들으며('유하'시인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 적나라하게 나같은 이들의 모습이 희화화되었다) 희희낙낙했던 기억이 있었던 지라 공연을 보고픈 마음이 더욱 동했다.
전성기를 한참 지난 멤버들의 공연을 보다가 든 생각은 역시 보컬은 전성기가 지나면 은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롭 헬포드(보컬)의 전성기 시절 고음의 샤우팅(헤비메탈 음악 창법에서 가성으로 고음역을 외치듯이 부르는 창법)은 힘을 잃었다. 그래도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소위 노장인 척하면서 대충 팬들의 주머니를 우려내는 분들(혹은 '놈들')에 비해서는 성의가 돋보였다. 팬들을 위해 적지 않은 것을 준비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도 마음에 들었다.
최근 대학동기(여러분들의 학과 선배)에게서 뺏은 캐논의 '지구(파워샷 G9)'로 찍은 샷을 같이 올린다. ISO를 3200로 설정하고 찍어서 화면에 적지 않은 노이즈가 생겼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다. 필카 촬영시에는 고감도 필름(보통 ISO1600)을 증감(노출을 2~3배로 증가하는 것. 카메라의 ISO설정을 수동으로 3200 혹은 6400으로 증가시킴)해서 찍는데, 디카는 이런 점에서 편리하다. 물론 똑딱이 디카 중 하이엔드급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대로 색상이 나왔다. 공식적인 촬영 허가도 받지 않은 사람이 DSLR로 찍는 것은 초상권 침해니까? 물론 똑딱이로 찍어도 초상권 침해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지구'는 가격 대비 기능 면에서 '명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폼나는 DSLR(SLR 포함)보다는 작지만 완벽하게 기능을 소화하는 카메라가 마음에 든다. 2층의 맨 뒷 좌석(입장권이 제일 싼 곳)에서 찍은 사진인 것을 감안한다면 친구의 말대로 '지구'는 '명기'가 틀림없다.
역시 헤비메탈은 장발과 가죽 빽바지.
보컬 롭 헬포드의 열창(?) 모습. 젊은 시절처럼 고음의 샤우팅이 되지 않으니까 몸을 숙여 고음을 이어 가고 있음. '첫'내한공연에서 부른 전성기 곡은 대부분 이렇게 불렀음. 나의 지론을 한 번 더 말하면 "노장은 전설처럼 사라져야 한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공연 피날레 중 하나. 공연 마지막에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타고 나와서 마무리하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한 것이 있으니... 고교 시절에 이들의 라이브 비디오를 보고 이 모습에서 필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할리 데이비슨 타는 분들(혹은 놈들) 보면 그냥 돈 많은 부르조아들이 자기 과시하는 것으로만 보이니....
재미있는 것은 이 장면이 의도된 앵콜 장면인데, 보컬인 롭 헬포드가 태극기를 목에 두르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 곡 부르고 나서 자신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태극기로 덮는데, 이 때 한국팬들은 매우 열광(거의 발광에 가깝다. 원래 헤비메탈 공연장의 모습이 그렇지만)한다.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하나? '극적 아이러니'. 헤비메탈 밴드들은 대체로 기존 질서를 부정(표면적으로만 그렇다)하는 제스추어를 취한다. 주다스 프리스트도 대표곡 <Breaking the law>와 여타의 곡에서 그했던 것 같은데, 한 국가(국가는 아주 강고한 질서체계이다)의 상징인 '태극기'를 공연장에 갖고 나오는 것을 보니 비웃음이 절로 나온다. 더 웃기는 것은 반항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고 자부(?)하던 헤비메탈 음악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극적 아이러니의 절정이었다.
여하간 웃기는 컨셉이었다. 마치 헤비메탈 음악 들으면 반항아인 것처럼 행동하는 철부지들을 위로하는 우리 노장의 포인트는 적중했는지 모르지만...... 보이는가! 할리 데이비슨을 덮은 저, 찬란한 태극 무늬가.
오랫만에 헤비메탈 공연을 봐서 그런가.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도 오른쪽 귀가 멍멍했다. 귀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두 시간도 더 걸렸다. 이제는 시끄러운 것은 몸이 생체적으로 거부하나 보다.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성의를 다 하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모습이 보기좋았다.
이들에 감동받으면 노장들이 오면 갈 것 같은데..... U2도 왔으면 좋겠고, PINK FLOYD도 왔으면 좋겠고, 기타 등등이 모두 왔으면 좋겠다. 몇 몇 밴드들을 제외하고는 갈 것 같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