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작업(?)하고 실신했는데, 친구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정신이 멍한 상태라 받지 않았다. 그런데 깨어나서 창밖을 보는 순간 기절했다. 어제 밤에 지하주차장에 공간이 없어서 지상에 차를 세웠는데 내차가 확인이 안된다. 친구에게 전화하니 승용차를 포기하고 버스로 출근하려다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나도 나가야 하는데..... 학교에서 시무식 취소한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핑계 김에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덕계동(1), 경기 양주, 2010. 1.
덕계동(2), 경기 양주, 2010. 1.
오후가 되면서 눈발이 약해졌다. 서쪽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업을 중단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해떨어지기 전에 출발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젠 객기보다 안전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집으로 가기 전에 아파트에서 덕계리 설경을 담았다. 멀리 햇살이 비추고 있다. 오늘 엄청나게 주목받은 전철(오늘 무뇌아가 지하철 말하는 것 듣고 육두문자가 나와서 담았다)도 지나간다.
사패산, 경기 의정부, 2010. 1. |
의정부 서부순환도로(1), 경기 의정부, 2010. 1. |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사패산의 설경이 눈에 들어왔다. 갓길에 조심해서 주차하고 감도를 올려 셔터를 눌렀다. 화이트발란스를 수동으로 맞춰야 눈색이 나오는데....... 아쉽지만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들이받을까봐 죽지 않으려고 빨리 찍어야 하다 보니 색감을 자세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정부 서부순환도로(2), 경기 의정부, 2010. 1.
눈쌓인 도로를 지나오다 보니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재난 상황시 제일 고생하는 이들은 군인이다. 군인 중에서도 일반 사병들이다. 3번 국도의 눈을 치우고 있는 사병들 옆에서 지휘관은 뒷짐지고 말로만 지시하고 있다. 내가 근무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대는 변하지 않나 보다.
평소 차량이 많았던 의정부 서부순환도로에서는 제설차량이 양쪽을 오가며 도로에 쌓인 눈을 갓길로 밀어내고 있었다. 열심히 제설작업하는 사람들 앞에서 설경을 찍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짧은 거리의 길을 긴 시간동안 왔더니 너무 긴장했나 보다. 저녁을 먹자마자 식곤증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