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컴퓨터 속의 이미지 파일을 정리하다 책꽂이에 있는 시집으로 시선이 향했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책장 속에 처박힌 시집과 하드디스크 속에 갇혀 호출을 기다리는 이미지의 신세가 같아서였을까? 시를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진의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을 보면서 동일화된 시선은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은 나의 내면에 오랜 시간동안 누적된 감성때문일 것이다.
시각적 매체인 사진의 이미지가 시의 울림을 방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시집에 갇힌 시와 컴퓨터 속에 갇힌 사진을 끄집어 내어 연결해 본다.
시각적 매체인 사진의 이미지가 시의 울림을 방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시집에 갇힌 시와 컴퓨터 속에 갇힌 사진을 끄집어 내어 연결해 본다.
국화, 서울, 2007. 10.
날마다 상여도 없이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는 꽃들
이성복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는 꽃들
이성복,『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