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깜박, 또 깜박하는 바람에 적성검사 기한 마지막 날에야 가까스로 또 7년의 시한을 연장했다. 한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곳에서만 적성검사를 두 번이나 받는다. 처음 면허증을 받았을 때는 기쁨과 기대 등등의 들뜬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 면허를 경신하다 보니 이런 기분보다는 귀찮은 느낌만 든다. '그 동안 무엇을 했었나'라는 상투적인 회고가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면허시험장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요식적인 신체검사를 받고, 수입인지를 구입하고, 새로운 면허증을 신청하고 의자에 앉아 면허증 발급을 기다리며 접수장 안을 둘러본다. 여전히 창구 앞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긴장되어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난관을 이겨낸 사람들일지라도 시험을 앞두면 긴장한다. 인생에서 시험은 항상 다음으로 가는 관문이다. 시험 중에도 운전면허시험만큼 남녀노소 모두가 마음 졸이는 곳도 없을 것이다.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 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긴장과 이완의 과정이 인생일 것이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이곳만큼 극적으로 표출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무덤덤하게 새 면허증을 발급받고 나오려는 순간, 합격증을 들고 뛰어 오는 청년과 부딪칠 뻔 했다. 949번 시험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쥔 차화순 할머니나, 이 청년이나 모두 하나의 관문을 넘어섰다. 면허증을 받고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도로는 규칙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정글이지만....... 그들처럼 나도 면허 생명의 시한을 연장받았다.
길을 나서자 마자, 규칙은 무의식이 되었다. 어떻게 보다는,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한다. 그럼에도 7년 뒤 적성검사를 받을 때쯤이면 다시 한 번 뒤돌아볼 것이다. 그러나 새 면허증을 쥐는 순간 회한은 금새 망각될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