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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한 덩어리(chunk) 배에 주문(呪文)을 걸다

지리산 아니 덕유산을 갔다 온 이후로 숨쉬기 운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했더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작업실 덤벨과 바벨이 한 달도 넘게 그 자리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마다 이놈들을 보고 한 마디씩 한다. 조만간에 몸짱 하나 나타나겠다고...... 그렇게 되면 오죽 좋으랴마는 이놈들을 지속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으니 몸짱이 되기는 글렀다. 애초에 몸짱을 만들겠다고 이 무거운 놈들을 이곳에 들여온 것도 아니니까 실망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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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둥이붙이고 일하는 직업이라 늘 하체가 부실했고, 심지어는 마우스, 키보드, 책장 넘기기 등 손가락으로만 일을 하다 보니 상체 또한 부실해졌다. 결국 지난 해에 총체적 부실의 막바지는 드라마틱하게 백주대낮의 생쇼로 귀결되었다. 대오각성하고 정말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등산과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10년도 넘게 안 다니던 산을 오르려니 힘이 부쳤다. 폐활량도 떨어지고 근력도 없다보니 헐떡거리기 일수였다. 덤벨과 바벨, 스텝퍼로 근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근력 강화와 등산 중 어떤 것이 수단이고 어떤 것이 목표인지 불분명하게 되었다. 산을 잘 오르기 위해서는 근력을 키워야 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산을 가야 하니 어떤 것이 우선한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초콜렛 복근도, 식스 팩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땀을 흘리고 거울 앞에 서서 몸을 본다. 흠, 나름대로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느낌이다. 여전히 배는 식스 팩도, 포 팩도, 심지어는 상하로 갈라진 투 팩도 아니다. 찐빵처럼 부풀어져 각(角)을 상실한  원(one) 청크(chunk)이지만,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정말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근육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같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운동을 안 하면 죽은 느낌이라고 어떤 친구가 말했다. 정말 그런 느낌이 생길까? 의심이 생기지만, 근력 운동을 하다 안 하면 뭉쳐졌던 근육이 살로 가느라 그런지 가끔씩(정말 가끔씩) 통증이 온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면 계속해야 하나 보다. 지겹지만 건강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왜냐고? 우선 처자식, 인생의 목표, 작은 소망 등등이 떠오르지만, 운동을 시작할 때 이런 저런 당위성을 머리 속에 각인하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르겠다 간혹 그럼 사람이 있을지....  

한 달만에 다시 시작한 운동을 마친 후,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내 몸은 여전히 지방 덩어리 배가 중심을 잡고 있다. 근육이 만들어졌을리 만무하다. 그래도 느낌이 온다. 정말 느낌이..... 이제 중요한 것은 느낌이다. 오랫만에 근력운동을 해보겠다고 먼지쌓인 덤벨과 바벨을 닦았다. 운동을 하는 것보다 닦는 것이 더 힘들다. 이게 진짜 운동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