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애완동물은 이놈들이다. 넓적사슴벌레 이외에 장수 풍뎅이도 사육중이다. 천식이 있는 아이때문에 털 날리는 동물들은 키울 수 없다. 아니, 아이가 건강하다고 해도 개나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나 고양이는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신념 아닌 편견을 갖고 있는지라......
4년쯤 되었나 보다. 배달된 피자의 사은품으로 따라온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아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충이 되면 잠깐 키우다가 포기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곤충도감을 사달란다. '그럼, 곤충을 키우려면 공부하면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줬다. 간략한 도감책이 마음에 안들었나 보다. 곤충과 관련한 이 책, 저 책을 더 사달란다. 이때부터 약간 걱정이 되었다. 아이 말대로 곤충학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밥굶기 딱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의 꿈에 상처를 줄까봐 아무말도 안했다. 한 술 더 떠서 곤충관찰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쓰더니, 안 쓴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하기 싫어 하는 것을 하라고 한 것 같다.
그래도 도감들을 열심히 보고, 나름대로 비교 분석(?)도 한다. 나는 봐도 모르겠다.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구분하겠는데, 아이가 하위 종을 설명하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나는 이 놈들을 뿔모양과 뿔 수로 구분한다. 더군다나 '1령, 2령, 하는 애벌레는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사육통에서 애벌레를 꺼내 신이 나서 설명한다.귀만 열어놓고 듣는 척만 한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관심을 표명해야 하는데.... 가끔씩 암수만 묻는다. 아이도 듣는 시늉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듣는 척은 한다. 아이가 내 말을 듣는 척하는 것처럼....
사은품 애벌레가 성충이 되었다. 암놈이다. 그래도 짝은 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숫놈을 사다가 짝짓기를 시켰다. 짝짓기할 사육통도 사주고, 먹이통, 놀이목, 젤리로 된 먹이 등도 샀다. 갑자기 아이가 5살때 마트에서 공짜로 준 물고기때문에 먹이, 정화제 등등을 산 기억이 떠올랐다. 아놔!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받아오자 마자 죽은 물고기 먹이가 아직도 TV밑 탁자에 그대로 있는데..... 그래, 얼마나 키우나 보자. 반신반의하면서 사줬는데, 곧잘 키운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천적없이 사육되는 이놈들의 번식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기하급수적으로 마리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풍뎅이 이외에도 넓적 사슴벌레 한 쌍까지 키웠더니, 이 놈들이 낳은 알과 애벌레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곤충농장에 가서 알과 애벌레를 주고 와도 얼마나 금슬이 좋은지 사육통 밑바닥에 금새 알을 까놓는다. 아이는 이 알들이 성충이 되면 큰 통에 넣고 떼로 키워보고 싶어 했다. 과천 국립과학관의 곤충생태관처럼 꾸미고 싶어 했다. 심지어는 참나무 숲있는 동네로 이사가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이놈들이 참나무 수액을 좋아한다나.
풍뎅이와 사슴벌레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육통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제는 놓을 자리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작업실에 사슴벌레 한 쌍을 데리고 왔다. 집에 있는 놈들은 밤에만 주로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작업실에 온 놈들은 어두운 곳에 두었더니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돌아다닌다. 암컷은 톱밥 속에 있다 밤에만 나오는데, 수컷은 낮이고 밤이고 없다. 이놈들이 이곳에 온 지 벌써 1년 반이 지난 것 같다. 아들처럼 애정을 갖고 쳐다 보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1~2회 정도 젤리만 넣어준다. 수컷만 보인다. 수컷이 먹이통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암컷은 잘 나오지도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이놈들을 자주 쳐다 보기 시작했다. 심심무료한 작업실에 있다 보니 이놈들이 생명체로 느껴지지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0여일 출장갔다 왔더니 암컷이 죽어 있다. 오래 살았다. 18개월 정도 살은 것 같다. 암컷이 사라지니 수컷도 옛날처럼 활발하지 않다. 젤리 넣어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기운이 없어서인지 놀이목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똥구멍 쪽을 간질러도 축 늘어져 있다. 몇일 지켜 봤더니 노쇠한 모습이 역력하다. 조만간에 수컷도 죽을 것이다.
그럼, 아이는 또 다른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채워 넣을 것이다. 집에 있는 사육통의 애벌레들이 곧 번데기가 될 것 같다. 그럼 그 놈들 중 두 마리는 작업실로 올 것이다. 그 놈들도 먹이통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살아 갈 것이다. 나의 심심무료함을 달래주면서.......
4년쯤 되었나 보다. 배달된 피자의 사은품으로 따라온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아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충이 되면 잠깐 키우다가 포기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곤충도감을 사달란다. '그럼, 곤충을 키우려면 공부하면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줬다. 간략한 도감책이 마음에 안들었나 보다. 곤충과 관련한 이 책, 저 책을 더 사달란다. 이때부터 약간 걱정이 되었다. 아이 말대로 곤충학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밥굶기 딱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의 꿈에 상처를 줄까봐 아무말도 안했다. 한 술 더 떠서 곤충관찰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쓰더니, 안 쓴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하기 싫어 하는 것을 하라고 한 것 같다.
그래도 도감들을 열심히 보고, 나름대로 비교 분석(?)도 한다. 나는 봐도 모르겠다. 풍뎅이와 사슴벌레는 구분하겠는데, 아이가 하위 종을 설명하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나는 이 놈들을 뿔모양과 뿔 수로 구분한다. 더군다나 '1령, 2령, 하는 애벌레는 어떻게 구분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사육통에서 애벌레를 꺼내 신이 나서 설명한다.귀만 열어놓고 듣는 척만 한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관심을 표명해야 하는데.... 가끔씩 암수만 묻는다. 아이도 듣는 시늉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듣는 척은 한다. 아이가 내 말을 듣는 척하는 것처럼....
사은품 애벌레가 성충이 되었다. 암놈이다. 그래도 짝은 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숫놈을 사다가 짝짓기를 시켰다. 짝짓기할 사육통도 사주고, 먹이통, 놀이목, 젤리로 된 먹이 등도 샀다. 갑자기 아이가 5살때 마트에서 공짜로 준 물고기때문에 먹이, 정화제 등등을 산 기억이 떠올랐다. 아놔!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받아오자 마자 죽은 물고기 먹이가 아직도 TV밑 탁자에 그대로 있는데..... 그래, 얼마나 키우나 보자. 반신반의하면서 사줬는데, 곧잘 키운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겼다. 천적없이 사육되는 이놈들의 번식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기하급수적으로 마리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풍뎅이 이외에도 넓적 사슴벌레 한 쌍까지 키웠더니, 이 놈들이 낳은 알과 애벌레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곤충농장에 가서 알과 애벌레를 주고 와도 얼마나 금슬이 좋은지 사육통 밑바닥에 금새 알을 까놓는다. 아이는 이 알들이 성충이 되면 큰 통에 넣고 떼로 키워보고 싶어 했다. 과천 국립과학관의 곤충생태관처럼 꾸미고 싶어 했다. 심지어는 참나무 숲있는 동네로 이사가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이놈들이 참나무 수액을 좋아한다나.
풍뎅이와 사슴벌레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육통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제는 놓을 자리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작업실에 사슴벌레 한 쌍을 데리고 왔다. 집에 있는 놈들은 밤에만 주로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작업실에 온 놈들은 어두운 곳에 두었더니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돌아다닌다. 암컷은 톱밥 속에 있다 밤에만 나오는데, 수컷은 낮이고 밤이고 없다. 이놈들이 이곳에 온 지 벌써 1년 반이 지난 것 같다. 아들처럼 애정을 갖고 쳐다 보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1~2회 정도 젤리만 넣어준다. 수컷만 보인다. 수컷이 먹이통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암컷은 잘 나오지도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이놈들을 자주 쳐다 보기 시작했다. 심심무료한 작업실에 있다 보니 이놈들이 생명체로 느껴지지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0여일 출장갔다 왔더니 암컷이 죽어 있다. 오래 살았다. 18개월 정도 살은 것 같다. 암컷이 사라지니 수컷도 옛날처럼 활발하지 않다. 젤리 넣어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기운이 없어서인지 놀이목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똥구멍 쪽을 간질러도 축 늘어져 있다. 몇일 지켜 봤더니 노쇠한 모습이 역력하다. 조만간에 수컷도 죽을 것이다.
그럼, 아이는 또 다른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채워 넣을 것이다. 집에 있는 사육통의 애벌레들이 곧 번데기가 될 것 같다. 그럼 그 놈들 중 두 마리는 작업실로 올 것이다. 그 놈들도 먹이통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살아 갈 것이다. 나의 심심무료함을 달래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