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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강신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선배가 교통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올해  세계 최초로 '동북아유목문화대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던 그는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주 화요일 새벽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섰다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오늘 오후 그는 회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멀리하고 북망산(北邙山)으로 떠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현대문학연구소 막내로 있을 때이다. 그는 선임 연구원인 김 선생님과 동기이자 막역지우였다. 그는 몽골국립대학교 국제관계대학 교환교수(1993-1996)로 근무하다 방학이 되면 김 선생님을 찾아 왔다. 나는 처음 그를 봤을 때 몽골인인줄 알았다. 단단한 체구에 거무스름한 얼굴이 그를 몽골인처럼 느끼게 했다. 나에게 용정차 맛을 알게 해준 분도 그였다. 몽골 직항로가 없었던 당시 그는 중국의 베이징을 경유해서 귀국했는데, 연구소를 찾아올 때마다 용정차를 선물로 들고 왔다.

이후 이런 저런 이유로 그를 만날 일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와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모시고 있는 교수님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님 연구실을 찾을 때마다 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김 선생님 이외에도 가까웠던 선배와 친했기 때문에 식사를 같이 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그와 같이 알고 있던 도예 작가의 가마불때기 행사에서도 만났다.

그는 입꼬리를 약간 위로 올리면서 크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몇년 동안 그의 주변에는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 올해 그가 지휘하는 연구팀이 몽골과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일대를 아우르는 '동북아유목문화대사전' 편찬 사업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을 때, 그 사업이 이십여 년 동안 그가 구축한 몽골 관련 연구의 절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지원받은 연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새벽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결국 운명했다. 지난 주 그의 사고를 들었을 때 황망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일이었기에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은 가슴 아파했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현대문학연구소를 들어서며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연구팀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었던 그를 이제는 볼 수 없다. 그는 한참 능력을 펼칠 오십대 초반에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무거운 짐 내려놓고, 못다한 꿈도 접으시고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승천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단국대학교 인문과학대학 학장 강신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