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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70여년 이산의 세월을 담은 <결정적 순간> 한 장 '늙은 어머니를 만난 늙은 아들은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지만 마음 깊은 곳부터 흐르는 눈물까지는 막을 수 없었나 보다.' 전쟁, 분단, 증오, 화해, 가족, 이별, 그리움, 원망, 만남, 미안함... 이산의 아픔을 표현하는 어떤 말보다 이 사진은 이산의 본질을 압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산가족 만남행사가 남과북의 정치적 대립과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도 알리고 있다. , 이산가족 만남행사의 본질을 한 컷의 사진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결정적 순간'을 담기 위한 사진기자는 항상 호랑이의 눈을 번뜩인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여러 가족들이 만나고 있는 넓은 공간에서 결정적 순간을 기다린다. '이 장면이야'하고 판단하기 전까지 한쪽 눈을 찡그릴 수 없다. '왔다'라고 생각한 순간, 한쪽 눈.. 더보기
경주 노서동 고분군에서 큰 산이 작은 산을 품고, 작은 산이 더 작은 산을 보듬었다. 산과 산이 서로에게 기대고, 나무와 풀이 의지한다.고대 서라벌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삶터에 산을 만들고 조상을 모셨다. 고인이 잠든 산의 등성이는 먼 발치로 보는 산의 등성이와 겹치며 신령한 산의 기운을 전했다. 산자는 삶터에서 조상의 묘를 통해 신성함을 간직한 자연과 연결되었다. 하늘에 닿아있는 먼 산은 신이 있는 곳, 가까운 산은 조상이 머무는 곳, 평지는 자신이 있는 곳. 경주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풍수지리설과 도참설이 지배층을 사로잡기 이전까지 고대 신라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 조상을 모셨다. 유가처럼 삼년의 상례를 치르지 않았음에도 묘를 마을 근처에 만들었다. 망자의 무덤은 후손의 힘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 더보기
장인(匠人)에 대한 짧은 생각 장인이란,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 전문가를 일만 시간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계발 방식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미국식 비즈니스의 느낌이 강한 말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접근법은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일만 시간동안 같은 일만 하면 생활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시간을 한 가지 일(직업)에만 전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라도 강진의 칠량마을은 옹기를 굽던 곳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의 생계수단은 옹기였다. 그런데 우리의 주거방식이 아파트로 바뀌고, 발효음식도 사다 먹게 되면서 옹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생활이.. 더보기
설조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을 보면서 든 생각 설조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불가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최고의 덕목은 모든 중생이 수행을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도 구원하고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미타불이든, 약사여래이든······. 그런데 조계종의 속승들은 중생의 염원을 무시하고 자기들의 이속만 챙기고 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요인 중의 하나는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이다. 사제만이 신과 접견할 수 있고 죄를 사할 수 있다는 '신(神) 팔이'는 중세 가톨릭교회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가능했다. 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는 세속의 정치권력과 타협했지만 적어도 종교개혁은 교회와 사제만이 대리하던 신성의 영역을 혁파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절밥을 먹고 승려가 된 비구들 중에는 자기들이 세상의 진리를 다 아는 척하.. 더보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배울 점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서 일대 (一帶)는 하나의 권역, 일로(一路)는 각지를 연결하는 하나의 교통망을 뜻한다. 이 정책은 고대 한나라와 당나라 시기의 비단길, 송명청으로 이어진 해상실크로드를 합작한 계획이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무역거래를 간청하던 고대와 중세 시기의 영광을 이 계획을 통해 재현하고 싶어한다. 중앙아시아 초원을 가로지르는 비단길의 주요 거래품목이었던 비단과 종이의 제조기술이 유출된 후, 송대부터는 도자기와 차로 돈을 벌었다. 아편전쟁 전까지 중국은 거만한 태도로 이민족을 대했다.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외세의 침탈과 내전 등을 겪는 혼란으로 이어졌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경제제재와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더보기
지고 또 피고 카메라를 손에 쥐고 제일 먼저 찍은 사진은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이었다. 칼자이즈 렌즈의 기능도 테스트할 겸해서 찍어봤는데 고성능 DSLR로 찍은 사진에 근접할 정도로 괜찮다. 물론 마이크로 렌즈처럼 다양한 연출은 불가능하지만 내 몸을 고생시키면 삼각대를 안 쓰고도 좋은 구도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초 이사하고 집안이 건조해서 사온 호접란은 화사한 자태를 보이고 죽었다. 화원에서 최적의 상태로 출하한 서양란들은 꽃을 즐기는 식물이다. 서양란은 꽃이 지면 서서히 죽어간다. 간혹 살아서 한 줄기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최적의 생육조건을 갖추어준다고 해도 상품으로 출하하기 위해 영양제를 잔뜩 먹고 나온 처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서양란은 화병에 꽂은 꽃다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역.. 더보기
오랫동안 방치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며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짧은 생각들을 적어 보려고 한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아닌 블로그를 다시 이용하게 된 것은 매체 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묵혀 두었는데도 이곳을 매일 몇 십 명씩 찾아오는 것을 보면 내 오지랖이 좁지는 않았나 보다.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특정한 목적을 가진 글쓰기보다는 짧은 생각들을 사진과 함께 적어 보려고 한다. 방치되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하이엔드 똑딱이가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소니의 RX100Ⅱ가 손에 들어왔는데 성능 좋은 카메라를 놀리기 아까워서 찍은 사진들을 글과 함께 묶어보려고 한다. 한 시간 정도로 쓸 수 있는 글을 생각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될지.. 더보기
봄도 넘기기 전에 앞 글에 이어서 씁니다. 일년동안 홀아비로 지내던 사돌이가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사순이를 만난게 너무 좋았는지 사순이가 톱밥 위로만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뿔을 곧추 세우고 허공을 쳐다보는 척했지만 실은 사순이를 찾고 있습니다. 사돌이는 사순이를 사로 잡기 위해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이미 늙어서 힘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둘은 새롭게 짝짓기에 돌입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몇 일만에 작업실에 왔더니 사돌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더군요. 평소에도 노쇠한 탓에 잘 움직이지 않던 놈이라 힘이 없어서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미동조차 하지 않네요. '아차' 싶어 사육통의 뚜껑을 열고 사돌이를 건드려 봤더니...... 죽음의 간.. 더보기
봄은 짝짓기 계절 작년 겨울 '사순이'를 떠나 보낸 '사돌이'가 오늘 새로 짝을 맞았습니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놈들입니다. 천적도 없는 사육통에 엄청난 알을 낳기 때문에 다 거두어 들일 수가 없습니다. 일단 사슴이 목장 주인장에게 낳은 알들을 주고 몇 알만 수습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번데기에서 벗어나니 정신을 못차리게 합니다. 살아 있다는 소리를 온몸으로 들려 줍니다. 저처럼 밤에 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 밤이 되면 더 시끄럽습니다. 어떤 놈은 벽을 긁어대고, 어떤 놈은 날아 보겠다고 날개짓을 하고.... 좁은 사육통 안에 갖혀 있다 보니 욕구 불만을 그런 식으로 시위하나 봅니다.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번데기, 번데기에서 곤충으로 탈바꿈하는 적지 않은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대의 '사순이'가 태어났습니다... 더보기
[내 인생의 소품] 향(香) 향갑을 열자 갇혀 있던 농향(濃香)이 퍼져 나온다. 오늘은 어떤 향꽂이에 꽂고 살라볼까. 불두상 향로가 눈에 띄었다. 텐진차도매시장의 왕사장에게서 빼앗아온 향로이다. 철관음차를 사러 갔다가 이 분(향로지만 부처님 두상이라...)을 모시고 싶다고 했다. 왕사장은 망설이는 듯한 시늉을 짓더니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준다. 아니! 귀한 물건이 아니었나? 내가 왕사장 가게에서 적지 않게 차를 산다고 해도 이렇게 흔쾌하게 주다니..... 숙소로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 보니 틀로 찍어 만든 모습이 역력하다. 볼록하게 나온 면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은 유약으로 덧칠까지 되어 있다. 향연(香煙)이 나오는 나발(부처의 소라모양 머리)도 크기가 제각각이다. 다음날 꾸러우(鼓樓, 과거 텐진의 중심이었으나 지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