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썸네일형 리스트형 독서삼여(讀書三餘) 영하 19도까지 내려간 겨울 밤에 책을 읽는다. 베란다 통창에서 들어온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다. 집밖의 온도는 영하 19도, 실내 온도는 대략 20도. 안과 밖의 기온이 무려 39도 정도나 차이 난다. 기온차가 크다 보니 방에서 바람(이걸 웃풍이라고 하던가)이 분다. 전문적으로는 대류순환이라고 하나. 하여간 무진장 춥다. 책 좀 보겠다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의지와 달리 몸은 고슴도치 등처럼 움츠려들고 있다. 보일러는 돌아가고 있는데 실내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유리창 쪽으로 노출된 몸쪽부터 뻗뻗해지고 있다.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면 온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최근에 사온 녹차를 우려냈다. 신선한 녹차향과 쌉쌀한 듯 고소한 맛이 좋다. 그런데 두 번째 .. 더보기 신세계 백화점의 80주년 광고책과 식민지라는 과거 11월 초, 신세계백화점이 상품광고책을 보냈다. 우수고객에게만 보낸다고 하는데 반갑지만은 않다. 백화점은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우수고객을 선정할꺼고, 광고책자를 보내 돈쓰러 오라고 꼬신다. 신문에 끼어 오는 할인점, 동네 슈퍼의 전단지는 보지도 않거나 대충 보고 버리는데, 백화점에서 보내는 광고책은 꼼꼼하게 본다. 할인권도 있고, 무료주차권도 있고, 백화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다는 상품도 있고(단독기획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 하여간 열심히 사야할 물건의 할인권을 접어가며 본다. 아! 내 마음 속에 이렇게도 사고 싶었던게 많았나?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그러다 막상 백화점에 가면 왕만두 할인권과 굴비 할인권만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왕만두와 굴비 이외의 .. 더보기 스쓰슥~ 쓰~~~윽, 어어! 쾅!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도 '기상청은 구라청'이라고 무시했더니 사단이 났다. 저녁먹고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눈내리는 캠퍼스의 낭만을 얘기했는데, 강의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심상치 않다. 함박눈이 펑펑! 차를 놔두고 갈까 말까 생각하는 동안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래도 낮부터 내렸으니 제설작업이 되었겠지 생각하고 차를 몰고 나왔다. 대학원 주차장 입구에 쌓인 눈을 보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학교를 가로지르는 가온로에 접어들었다. 가온로가 스키 활강장처럼 보였다. 아랫쪽을 보니 비상등을 켠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앞차를 들이 받고 서 있는 차, 과속방지턱에 걸려 겨우 서있는 차, 안미끄러지려고 이러 저리 핸들을 꺽고 있는 차, 방향을 겨우 돌려 반대편 차로로 올라가려고 굉음을 내고 있는 차.... 더보기 강신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선배가 교통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올해 세계 최초로 '동북아유목문화대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던 그는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주 화요일 새벽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섰다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오늘 오후 그는 회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멀리하고 북망산(北邙山)으로 떠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현대문학연구소 막내로 있을 때이다. 그는 선임 연구원인 김 선생님과 동기이자 막역지우였다. 그는 몽골국립대학교 국제관계대학 교환교수(1993-1996)로 근무하다 방학이 되면 김 선생님을 찾아 왔다. 나는 처음 그를 봤을 때 몽골인인줄 알았다. 단단한 체구에 거무스름한 얼굴이 그를 몽골인처럼 느끼게 했다. 나에게 .. 더보기 [내 인생의 소품] 연필 오랫만에 칼로 연필을 깍았다. 얼마만에 깍았나 생각해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거친 필기감을 느끼게 하는 연필이 좋다. 내 책상 위에는 방금 깍은 오렌지 색 HB연필 세 자루가 있다. ㄷ사와 독일의 S사의 제품이다. 이들 회사의 연필을 특별하게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우개가 달린 오렌지 색 연필의 변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이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요즘 생산되는 연필은 심도 단단하고, 심을 둘러싸고 있는 목질도 잘 깍이지만, 어린 시절에 사용했던 연필은 그렇지 않았다. 목질은 너무 단단해서 깍다 보면 뭉텅이로 껍질이 벗겨지기 일수였고, 그나마 목질의 모양을 만들고 심을 다듬으려고 칼을 대면 연약한 심은 쉽게 부러져 버렸다. 그런데 어느날 손에 들어온 미제 연필은 모양은 비슷했는데, 품질은 비.. 더보기 또 하나의 마감이 끝나고 또 하나의 글이 내 손을 떠났다. 항상 하는 일임에도 다른 이들에게 글이 읽혀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난 영상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교정은 종이로 출력해서 봐야 한다. 종이로 본다고 완벽하게 교정되는 것도 아니지만, 교정지를 출력해서 빨간펜으로 그어야만 교정이 된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번에도 열심히 교정했다. 다 쓰고 나서 교정지를 출력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본문을 쓰고 있으면서도 교정을 한다. 종이 낭비인 줄 알면서도... 글이 안 써질 때는 교정지를 출력하는 회수도 늘어난다. 출력한 교정지 위에 문자들이 촘촘하게 박혔지만, 뜻은 횡횡거리며 흩어진다. 빨간펜의 마술이 필요할 때다. 기존에 썼던 것까지 읽고, 또 읽지만 여전히 진도는 안나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 더보기 동상(凍傷)입은 풍란(風蘭), 꽃을 피우다 재작년 겨울,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蘭)들이 동상를 입었다. 기온이 내려가는 저녁, 생각없이 준 물때문에 입들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란 점이더니, 서서히 까맣게 썩어갔다. 할 수 없이 썩은 부분을 전지가위로 도려냈다. 끝이 뾰족하게 뻗었던 소엽풍란이 썩은 잎을 도려내자 아주 우스운 모양이 되었다. 마치 더벅머리를 깍아놓은 것 처럼 되어 버렸다. 살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풍란을 키우는 지인의 말씀을 믿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키웠다. 모든 식물은 휴지기인 겨울을 겨울처럼 나야 꽃을 피운다고 하는 말을 듣고 일주일 이상 강추위가 이어지지 않는 한 실내로 들이지 않았다. 동상을 이겨낸 풍란이 화답(花答)했다. 한 송이만 꽃을 피웠지만, 상처를 치유한 것 같다. 아직도 동.. 더보기 아들 친구는 내 친구 우리 집의 애완동물은 이놈들이다. 넓적사슴벌레 이외에 장수 풍뎅이도 사육중이다. 천식이 있는 아이때문에 털 날리는 동물들은 키울 수 없다. 아니, 아이가 건강하다고 해도 개나 고양이를 실내에서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나 고양이는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신념 아닌 편견을 갖고 있는지라...... 4년쯤 되었나 보다. 배달된 피자의 사은품으로 따라온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아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충이 되면 잠깐 키우다가 포기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곤충도감을 사달란다. '그럼, 곤충을 키우려면 공부하면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줬다. 간략한 도감책이 마음에 안들었나 보다. 곤충과 관련한 이 책, 저 책을 더 사달란다. 이때부터 약간 걱정이 되었다. 아이 말대로 곤충학자가 .. 더보기 한 덩어리(chunk) 배에 주문(呪文)을 걸다 지리산 아니 덕유산을 갔다 온 이후로 숨쉬기 운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했더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작업실 덤벨과 바벨이 한 달도 넘게 그 자리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마다 이놈들을 보고 한 마디씩 한다. 조만간에 몸짱 하나 나타나겠다고...... 그렇게 되면 오죽 좋으랴마는 이놈들을 지속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으니 몸짱이 되기는 글렀다. 애초에 몸짱을 만들겠다고 이 무거운 놈들을 이곳에 들여온 것도 아니니까 실망할 이유도 없다. 궁둥이붙이고 일하는 직업이라 늘 하체가 부실했고, 심지어는 마우스, 키보드, 책장 넘기기 등 손가락으로만 일을 하다 보니 상체 또한 부실해졌다. 결국 지난 해에 총체적 부실의 막바지는 드라마틱하게 백주대낮의 생쇼로 귀결되었다. 대오각성하고 정말 오랫동.. 더보기 또 다시 7년의 시간이 시작되고 깜박, 깜박, 또 깜박하는 바람에 적성검사 기한 마지막 날에야 가까스로 또 7년의 시한을 연장했다. 한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곳에서만 적성검사를 두 번이나 받는다. 처음 면허증을 받았을 때는 기쁨과 기대 등등의 들뜬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몇 차례 면허를 경신하다 보니 이런 기분보다는 귀찮은 느낌만 든다. '그 동안 무엇을 했었나'라는 상투적인 회고가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면허시험장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요식적인 신체검사를 받고, 수입인지를 구입하고, 새로운 면허증을 신청하고 의자에 앉아 면허증 발급을 기다리며 접수장 안을 둘러본다. 여전히 창구 앞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긴장되어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난관을 이겨낸 사람들일..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