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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동상(凍傷)입은 풍란(風蘭), 꽃을 피우다

재작년 겨울,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蘭)들이 동상를 입었다. 기온이 내려가는 저녁, 생각없이 준 물때문에 입들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란 점이더니, 서서히 까맣게 썩어갔다. 할 수 없이 썩은 부분을 전지가위로 도려냈다. 끝이 뾰족하게 뻗었던 소엽풍란이 썩은 잎을 도려내자 아주 우스운 모양이 되었다. 마치 더벅머리를 깍아놓은 것 처럼 되어 버렸다.

살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풍란을 키우는 지인의 말씀을 믿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키웠다. 모든 식물은 휴지기인 겨울을 겨울처럼 나야 꽃을 피운다고 하는 말을 듣고 일주일 이상 강추위가 이어지지 않는 한 실내로 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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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을 이겨낸 풍란이 화답(花答)했다. 한 송이만 꽃을 피웠지만, 상처를 치유한 것 같다. 아직도 동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새순이 나오면서 듬성듬성하고 깡충했던 모양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잎이 무성해지고 뿌리가 더 뻗어나오면 올해보다 많은 꽃대가 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