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은 적지 않지만, 그림을 통해서 중국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책은 드문 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은상 선생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지라 마치 책 홍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중국화라 하면 산수화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중국만큼 다양한 소재와 화풍이 존재하는 곳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산수화는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중국 산수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라는 말이다. 물론 최근의 중국 산수화는 꼭 그렇지 않지만.....
이 책은 직업적인 화원 화가들의 그림보다는 중국의 문인들이 그린 문인화의 의미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특히 그림 속의 자연과 인간, 사물들의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동양화(화투 아님, 특히 누군가 오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덧붙임)에는 그림과 연관되는 제화(題畵)가 있는데 이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림은 눈에 잘 들어오지만, 그림의 제화는 다양한 서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다. 한문의 뜻도 파악하기 힘든 판에 글자의 음과 훈조차도 파악하기 힘들다면 그림을 보면서 반밖에 못보는 것이 된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제화만을 해설한 책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 미술사가들은 우리 그림의 제화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상(상)나라부터 청나라까지의 문인화를 중심으로 당대 문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게 나라 별로 장을 설정하고 있다. 책에 수록된 도판의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어떤 그림은 우리의 그림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중국의 화풍을 수용했으니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그림은 전혀 이질적이다. 왜냐고,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그림은 우리 조상들이 수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겠지. 그림은 책을 통해 봐라. 그림을 해설할 재주가 없어 쓸 수가 없다.
적지 않은 도판을 수록하다 보니 해상도 차원에서 좋은 종이를 쓴 것이 단점이다. 그만큼 책이 무겁다는 얘기다. 산진 등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 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지만, 다행이도 이 책은 양장본으로는 출시되지 않아 생각보다는 가벼운 편이다. 아쉬운 것은 그림이 많이 들어간 책임에도 이미지의 인쇄상태가 조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본의 색과 세부를 충실하게 관찰할 수 없다. 물론 진품을 보려면 소장처로 가서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가급적이면 책을 통해서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에 수록된 해상도 높은 그림에서 감동을 받는다면, 진품이 있는 곳을 가고 싶어하지 않을까?
보급을 목적으로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원본처럼 색을 재현하려고 했으면 가격을 14,000원으로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림책 보기 좋아 하는 사람들 취향을 만족시키기에는 그림이 고답적이지만, 그래도 다 읽고 나면 중국의 사상사를 개략적(정말 개략적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중에 쑤저우(蘇州) 일대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가면 쑤저우 일대의 元, 明代 정원문화와 문인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7년에 썼던 글을 다시 공개한 글입니다. 이은상 선생의 최근 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