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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의 세상

매화구경보다 인정(人情)을 느꼈던 '맹골마을 매화꽃 축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친구사무실에 들렀다가 매곡리(일명 맹골마을, 양주시 남면)에서 매화꽃 축제를 한다기에 점심도 못먹고 나섰다. 가다 먹기로 하고 나섰지만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다. 맹골마을로 가는 길을 잘못 찾아 이리 저리 헤맨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매화꽃 축제라는데, 정작 매화는 드문드문 피어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벚꽃, 살구꽃, 산당화가 더 많은 모습에 실망했다.

맹골마을, 경기 양주, 2011. 4.

맹골마을 미술체험장 개, 경기 양주, 2011. 4.



맹골마을 정보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을 돌아 다니다 보니 한 끼도 못먹었던 터라 속까지 쓰려왔다. 보건진료소 앞에서는 다음날 있을 행사 무대를 만들고 있고, 마을회관 안에서는 음식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마을에 있는 미술 체험장에서는 교육이 끝났는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숫사자의 갈기처럼 복슬복슬한 털을 지닌 개 한 마리가 지긋하게 우리를 쳐다 보고 있었다. 개집의 지붕선이 미술체험관의 개집답게 아주 유려하다. 미술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친구가 반가운 소식을 갖고 왔다. 마을회관의 아주머니들이 밥을 주시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오랫동안 끓인 동태찌개 맛이 일품이다. 고들빼기와 달래무침까지...... 대접에 적지 않은 밥을 담아주셔서 밥은 다 먹지 못했지만, 찌개와 반찬은 물론 덤으로 주신 인절미 한 접시까지 말끔하게 비웠다. 아주머니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났다. 지천으로 피어있을 매화를 상상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탐매(探梅)보다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백매, 경기 양주, 2011. 4.

요즘 사람들은 시골 인심이 옛날 같지 않다며 불평을 늘어 놓는데, 정작 자신들의 인색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다. 인연도 없는 마을에 들어와 봄나물을 싹쓸이하듯 자루에 담아가고, 가을에는 마을 뒷산의 밤과 잣을 털어가는 그들이 시골 인심을 탓하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고급승용차까지 몰고와서 마을의 공동 먹거리를 갖고 가는 것을 약탈행위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작업실로 돌아 오는 길에도 이런 분들을 볼 수 있었다. 봄나물 먹고 건강하게 살아보겠다고 하기 전에 자신들의 마음부터 건강했으면 좋겠다.  

푸른농촌 희망찾기 시범마을인 맹골마을이 이 사업의 취지대로 인정이 넘치는 자립형 농촌마을로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사업의 하나로 매실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풍성하게 매화를 피워 많은 매실을 얻었으면 좋겠다. 올해 겨울에 너무 추워서 꽃눈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겨울을 이겨내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웠던 설중매처럼 맹골마을의 매화들도 튼튼하게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