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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탐매광(探梅狂)은 아니지만...

 

 

청매(靑梅), 경기 가평, 2007. 4.

춘천갔다 오는 길에 가평에 들렀다. 서울에서 가까워 시골처럼 느껴지지 않는 곳이지만, 높은 산등성이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곳의 기후만큼은 산골이다. 협곡 사이에 들어선 마을의 하루는 짧았다. 아침 햇살은 늦게 시작되었고 저녁해는 짧았다. 다른 곳보다 늦긴 했지만 가평읍 주위 산능성이까지 봄꽃이 물들면 봄의 정취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두 번의 봄을 맞았는데, 인상을 강하게 준 것은 청매(靑梅)의 짙은 향기였다.


읍내로 가는 길에 이 매화나무가 있었다. 4월 중순 열흘 안팎으로만 청매는 향을 뿜어냈다. 이 매화향에 취해 열흘 정도는 이 길을 일부러 지나갔다. 매화 나무에 가까이 가기도 전에 향이 진하게 풍겨져 왔다. 꿀벌들은 다른 나무보다 유독 이 나무에서 몸을 비비고 있었다. 그 진한 향에 취해 꿀벌들은 매화가 질 때까지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주변에 이만한 매화나무가 없어서 이들이 묻힌 꽃가루가 어디로 옮겨질지 몰라 아쉬웠지만, 그건 그들의 몫이었다. 내 몫(?)으로 매화 가지를 꺽어와 병에 꽂으면 매화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청매(靑梅), 경기 가평, 2011. 4.

4년전 기억이 떠올라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46번 국도를 달려 가평에 들렀다. 끝물이긴 했지만 청매의 농향은 여전했다. 방문 기념(?)으로 작은 매화가지를 꺽었다. 가지가 꺽이면서 매화 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근에 있는 지인의 댁에 들렀다. 여긴 가평읍내보다 외진 곳이라 이 댁의 백매(白梅)는 막 움을 틔우는 중이었다. 선생님 댁 마당에 있는 매화가지를 꺽어 집을 돌아왔다. 상아빛이 도는 이 백매는 가평 읍내의 청매보다는 향이 약하다. 꽃병에 꽂아 식탁 위에 놓으니 미약하지만 은은하게 향을 풍긴다. 

다음날 몇 개의 꽃봉우리를 따서 우려낸 녹차 위에 띄웠다. 제대로 된 매화차는 이맘때만 맛볼 수 있다. 겨울을 지나 새롭게 생명활동을 시작을 알리는 향기처럼 매화차 맛도 이때가 제일 좋다. 미처 열리지 않은 꽃봉우리를 냉동보관했다가 차에 띄워 마시기도 하지만, 향을 잔뜩 품은 매화 봉우리를 띄워 마시는 매화차에서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백매(白梅), 2011. 4.

매화차, 2011. 4.



매화가 필 때면 조바심이 생긴다. 탐매광(探梅狂)들처럼 겨울을 이겨낸 고매(古梅)를 찾아 나서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매화향을 집에서 맡아볼 요량으로 들여 놓은 매화분재는 2년째 여름을 잘못 나서 겨우 생명만 유지하고 있다. 매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가름하기는 힘들다. 매화핀 모습을 좋아해서 혹은 매화차를 마시기 위해서.... 아직까지는 둘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