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을 읽으며

[책글] AUTUMN

Jean Mulatier, AUTUMN, N.Y.: Rizzoli, 2004.


일본 출장 중 신주쿠 기노쿠니아(紀伊国屋)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치 않게 산 사진집. 이 책은 퀘벡과 온타리오 등의 캐나다의 남동부, 매사츄세츠, 코네티컷 등의 뉴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한 컷 정도밖에 없지만)의 가을 이미지을 담고 있다. Jean Mulatier의 <AUTUMN>은 캐나다의 가을 숲 풍경을 많이 담고 있다. 캐나다와 뉴잉글랜드의 가을숲이 만들어낸 다양한 색을 담은 이미지들은 화려하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이미지는 다른 곳에 비하여 '열배도 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가 담은 다른 곳의 가을색이 초라하지도 않다. 일본 교토의 단풍나무는 단풍나무대로, 프랑스의 담쟁이 류 잎사귀들도 완연한 가을색을 담고 있다. 



Quebec.1980.

Connecticut. 1977.



그렇지만 그가 서문에 쓴 것처럼 유럽의 가을색이 모노톤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그가 담은 프랑스의 가을 이미지들이 캐나다나 뉴잉글랜드의 이미지들처럼 파노라마샷으로 펼쳐진 광대한 전경은 아니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을의 변색을 더욱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가 캐나다와 뉴잉글랜드의 가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은 수록한 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 이곳의 이미지들이 다른 곳에 비하여 월등히 많음은 물론이고, 이곳이 자신의 사진작업의 출발 지점임을 보여주는 컷을 사진집에 수록했기 때문이다. 1950년 캐나다의 온타리오(Ontario)에서 담은 형형색색의 단풍잎 사진 한 컷을 수록한 것을 보면 이곳이 Jean Mulatier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 수 있다. 

Connecticut, 1977.

이 책의 정수는 캐나다 남동부와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을 원시림이 만들어낸 색의 이미지들이다. 수면에 투영된 가을 숲은 내가 담고 싶은 광경이다. 다양한 수목의 단풍이 만들어내는 광대한 자연의 풍경. 가을은 해마다 다시 오지만, 이미지는 순간으로만 존재한다. Jean Mulatier는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을 필름에 담기 위해 이십여년의 시간을 기다렸나 보다.   

책에 수록한 이미지를 담은 때와 장소를 보니 세계 여러 곳에서 가을 이미지들을 담았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보다 단풍철이 늦은 일본 교토(京都)의 가을을 주로 담았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은 교토의 가을 사진첩을 진열해 놓은 곳에 있었다. 교토의 긴카쿠지(銀覺寺)와 교토 일대 사찰의 단풍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색을 담고 있다. 

Korea, 1988.

서문에서 Jean Mulatier는 한국에서도 사진작업을 했다고 쓰고 있는데, 이미지와 장소 색인에서는 한국을 발견할 수 없다. 왼쪽 컷은 한국의 가을 이미지로 보이는데, 색인을 하면서 오류가 있었나 보다. 아웃포커스로 잡힌 홍예(霓)형 돌다리와 석조난간이 하엽(荷葉)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을 이미지임이 분명하다. 이외에도 몇몇 컷도 한국의 단풍나무를 담은 느낌을 주는데, 교토의 단풍도 이와 비슷한지라 검증은 불가능하다.    

사진집치고는 종이질과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Jean Mulatier가 담은 다채로운 가을 이미지가 좋아 다른 책보다 먼저 집어 들었다. 우리나라 서점들이 이상한 셈법으로 외국책의 가격을 부풀리는 것에 비하면, 일본 서점들은 현지 판매가격에 약간의 수수료만 더해서 가격을 정한다. 이 책도 현지 가격과 일본 가격의 차이를 계산해 보니 100엔 정도 차이난다.  
 


출장 기간 중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기 전에 한 컷, 한 컷씩 유심히 보았다. 나도 이런 가을 이미지들을 담는 꿈을 꾸어 보며......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후, 아마존에서 Jean Mulatier의 책을 검색했더니 한 권 검색된다. 저자가 동일한 다른 책을 찾았지만, 미리보기가 되지 않아 그의 책인지는 알 수 없다. 2008년까지 다섯 번 인쇄한 작가치고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해 봄도 여름도 없이 온전히 가을만 담았다고 불평(?)한 리뷰는 이 책에 담긴 가을의 이미지들이 주는 아름다움에 도취된 표현일 것이다.  

후기: 한국에서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사왔는데, 한국의 인터넷 서점에서도 팔고 있다. 이런, 그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일본보다 2000원이나 싸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