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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도자기] 중국풍 분청 주자

권다온 선생의 공방을 찾았다가 한 눈에 반한 중국풍 분청 주자(注子)

둥근 원형의 주자 표면을 사각형으로 깍아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가늘게 뽑은 원형(圓形)의 손잡이는 위로 뻗어 가다 반원을 그리며 마무리되었다. '가로로 누은 원'과 '세로로 선 원'이 이 주자의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단순화된 원형이 안정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해서 밋밋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사각형으로 깎은 주자 표면은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덤벙'이 만들어 낸 주자 표면의 은은한 연회색 빛도 자연스럽다.   

권다온 작, 중국풍 분청주자(1)와 찻잔.

권다온 작, 중국풍 분청주자(2)와 다완형 찻잔.



이 주자를 어떻게 쓸까 생각해 본다.
주전자(酒煎子)로 쓰려면 은근하게 데울 수 있는 화로가 필요한데다, 그다지 술마시는 걸 좋아하지도 않으니 일단 포기한다.   
철관음이나 보이차를 넣고 우려내려다 주춤한다. 모양은 중국의 자사호와 비슷하지만, 손목과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아니다. 
우리 녹차를 우려내서 마셔볼까 생각하다, 요즘 한참 재미 붙인 홍차를 넣고 영국식으로 우려내 본다. 잘 우러나라고 보온 덮개를 씌웠더니 손잡이에 걸려 '아랫도리'를 안 입은 것 처럼 어정쩡한 모습이다. 다시 쓰임새를 바꿔본다. 다 우려낸 홍차를 담고 워머 위에 올려 놓으니 그럴듯 하다. 

그런데, 혼자 차마시면서 쓰기에는 무겁다. 4명 정도 차마실 때 쓰면 적당하다. 사람마다 차 마시는 속도가 다르니까, 두번째 우려낸 차를 담아서 워머 위에 올려 놓으면 모양새가 그럴 듯해 보인다. 

당분간은 끓일 물을 담아 두는 '주자'로 써야겠다. 차를 우려낼 수도 있으니 '다관(茶罐)'이기도 하고, 술을 담아서 데울 수 있으니 '주전자'이기도 하지만......

권다온 작, 다완형 찻잔(1).

권다온 작, 다완형 찻잔(2).



주자를 어떻게 쓸까 생각하고 있는 중에 시험삼아 구워봤다는 다완형 찻잔도 갖고 왔다. 권다온 다완의 특징인 추상적인 빙열(氷裂, 얼음처럼 갈라진 자기 표면의 유약 균열)이 찻잔으로 옮겨 왔다. 찻잔의 굽 부분에 살짝 터진 매화피도 작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아 좋다. 여러 산지의 흙을 섞었다고 하는데 매화피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붉은 흙을 보니 소성(燒成)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을 들였겠다. 

찻잔 속에 새겨진 소용돌이 문양을 보다 문득 생각해 본다. 고요하게 차를 마시지 말라는 뜻인지, 소용돌이도 잠재울 정도로 고요하게 차를 마시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앞의 뜻을 담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