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와 커피, 그리고....

오랫만이다 손흘림 커피

하는 일없는 놈이 바쁜 척만 한다더니, 내가 꼭 그꼴이다. 진짜 바쁜 사람은 이렇게 투정부릴 시간도 없을 것이다. 여름방학 내내 뭔가에 쫒기다 보니 커피를 볶은 지도 3개월이 넘었다. 볶은 콩사러 학교 앞 커피집에 갔더니 수리중이다. 시내까지 갈 수도 없고.... 할 수없이 방향제로나 쓸 커피까지 탁탁 털어먹었다. 이것까지 털어먹고 나니 더 이상 먹을 것도 없다. 남은 것은 정말 방향제도 아닌 탈취제로나 쓸 수 있는 것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강하고 학교 앞 커피집도 문을 열었다. 두 종류의 커피를 사왔다. 분쇄기로 갈고 손흘림 주전자로 물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2달만에 손흘림 커피를 내리려니 손도 거부한다. 커피 가루들이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음~ 바로 이거야!

볶은 커피가 많은 때는 손흘림으로도, 사이폰으로도 뽑아 보지만, 볶은지 2주 이상 지나면 사이폰으로만 추출한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커피는 사이폰으로만 추출한다. 손흘림 커피처럼 다양한 맛이 나오지는 않는다. 미천한 내 기술도 한 몫 할 것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두라스 커피를 한 잔 추출했다. 양으로는 두 잔이다. 손흘림으로 내리려면 2인분 이상의 가루를 써야 한다. 제대로 하는 커피집에서는 한 잔을 주문해도 2인 이상의 분량을 사용해서 한 잔만 제공하고 버린다.  난 아까워서라도 뽑은 것은 다 마신다. 머그나 라떼 잔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내린 커피를 모두 담을 수 있으니까. 한 방울 남은 커피까지도 털어 마신다. 양도 적지 않은데다 진하게 내려먹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한잔만 마시면 아쉽고, 두잔은 조금 많은 느낌이고...

이틀째 밤샘중이다. 실은 꼬박 밤을 새는 것이 아니다. 밤을 새서 끄적거리고 남들 출근하는 아침에 잔다. 남들 점심먹으러 가는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마감이 온몸을 조여 오는 절정의 날에는 40시간 정도는 눈뜨고 있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움직이는 것도, 무엇인가 먹고 마시는 것조차 귀찮다. 오로지 끝을 보고 드러눕고 싶은 마음 뿐이다.

마감을 앞두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니 아직 그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여유있게 마감을 하고,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다. 쓰러지기 직전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각성제가 아닌 풍미 가득한 커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