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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하루 종일 차만 마시다

마감을 앞두고 책상에만 앉아 있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두꺼비처럼(진짜 두꺼비가 물을 많이 먹는지는 모르겠다) 물만 먹는 일빼고는.... 아! 있다. 머리싸매고 나오지도 않는 생각 끄집어 내는 것. 떨어지는 필력을 증명하듯 뚫어지게 화면만 쳐다본다. 그야말로 궁구(窮究)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화면을 쳐다보면 마감의 끝도 보이는 것 같다. 종이세대라 그런지 종이로 출력해서 보기 전까지는 모든 게 잘 된 것같이 느껴진다. 종이로 출력해서 보면, 결국 빨간색으로 도배된다.

물먹는 얘기로 돌아가 보자.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내 글쓰기 생활에서 잘 써졌던 기억은 거의 없다) 내몸에 치는 윤활유는 차(茶)다. 입맛이 유별난 탓(그렇다고 입이 짧은 것은 아니다. 난 다식가이자 포식가이다)에 좋은 커피를 찾아 다니며 마시기도 하지만, 커피보다는 차를 좋아한다. 누구는 여유로울 때 차를 마신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신선의 경지에 오를 때 하는 말이다. 나도 가끔씩은 신선 흉내를 내서 자리잡고 앉아서 마시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무엇인가 결핍된 느낌이 자주 온다. 나는 차로 이것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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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징차(龍井茶)


밤샘작업을 시작한지 일주일 째 접어들고 있다. 학교에서 볶은 커피를 사가지고 오기 전까지 차로 결핍감을 때웠다. 일어나서 누울 때까지 하루 4종류의 차를 마시고 있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냉장고에서 묵히고 있던 녹차 한 봉지와 홍차 반 통이 일주일 사이에 사라졌다. 처가 냉장고 청소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알 것 같다.  

용정차잎을
차칙(茶則)에 떠서 유리잔에 넣는다. 물은 1/3만 부어 찻잎이 서서히 부풀기를 기다린다. 다시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낸다. 용정차는 우리 녹차처럼 다기에 우려내는 것보다 중국식으로 유리잔(琉璃杯)에 우려내는 것이 좋다. 납작하게 덖은 찻잎이 펴지고, 차맛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 녹차보다 우리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또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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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징차(龍井茶)


마감도 안 끝났는데 용정차 한 봉지가 날아갔다. 다시 한 봉지를 뜯는다. 얼씨구! 냉장고 속 차통이 비어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도 좋다. 원고쓰는 것만 빼면.....엉덩이 붙이고 있으니 차만 마시고 있다. 홍차도 새로 뜯었다. 책상에 앉아서 마시기에는 녹차나 홍차가 좋다. 이 차들도 격식갖춰 마시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내 나름대로 편한 방법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덜하지만, 그래도 차를 제대로 우려내기 위해서는 차종에 맞는 추출방법을 따라야 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테꽌인(鐵觀音)이나 푸얼차(普茶)는 꽁푸차(工夫茶)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꽁푸차는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지금 쓰고 있는 논문 마감하면 정말 오랫만에 꽁푸차로 푸얼차를 마셔야겠다. 신선이 된 느낌으로..... 머리를 쥐어 짜내는 막바지에서 상상만으로도 테꽌인의 향미(香味)가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아놔! 물만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