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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커피] 자마이카 블루마운틴(Jamaica Blue Mountain No.1)

누군가 그랬다.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은 살떨려서 못볶는다고. 그렇다. 다른 커피에 비하여 열 배도 넘는 가격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을 볶다 실패하게 되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재작년 출장갔다 오는 후배를 꼬드껴 일본에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을 공수해 왔다. 후배와 볶은 커피를 반으로 나누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막상 커피를 볶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싼 날콩을 볶다가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Jamaica Blue Mountain No.1과 Hawaiian Kona Extra Fancy는 가격대도 만만치 않지만, 커피 볶기 과정에서도 불 조절, 적당한 멈춤 시점 등 예민하게 신경써야 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 같은 고가의 날콩을 볶기 위해서는 선행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블루마운틴과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쿠바 오가닉 날콩으로 연습했다. 쿠바를 볶으면서 정지 지점과 불세기 조절 등의 경험을 쌓았다. 쿠바산 날콩을 볶는 일은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을 성공적으로 볶기위한 예비작업이다. 그렇다고 쿠바오가닉도 싼 날콩은 아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블루마운틴을 몇 번(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볶았다. 몇번밖에 안되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Jamaica Blue Mountain No.1


이번에 볶은 블루마운틴은 원했던 맛에 가깝게 나왔다.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예민하게 불길을 조절하고, 귀기울이다 2차 뻥터지기 직전에 꺼냈더니 맛이 좋다.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커피를 볶고 가스가 빠지기까지 사흘을 기다렸다. 블루마운틴 특유의 균형감 잡힌 맛이 좋다. 어떤 맛이 강하게 튀어 나오지 않으면서도 입 안 가득히 퍼져 나가는 그맛 때문에 이 커피는 시장에서 최고 가격으로 거래된다. 블루마운틴 가격이 비싼 이유에는 맛보다는 수요와 공급, 독점과 투기 등의 시장적 요인도 있다. 그렇지만 블루마운틴 커피의 균형감 잡힌 맛 때문에 이 커피는 시장에서 최고가로 거래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시장에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블렌드 커피가 더 많다. 이들 커피에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함량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한 블렌딩 비율을 알 수 없다. 나는 이들 커피에 함유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양이 10%도 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1%만 넣어도 블루마운틴 블렌드라고 상품명을 붙일 수 있으니, 이런 커피는 안 사먹는 것이 낫다. 이런 커피에서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맛을 느낄 수 없다.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순수단일품종으로 추출한 커피만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진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시기에는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명성만을 쫒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블루마운틴 커피만을 최고로 평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나는 쿠바 오가닉이나 다른 품종의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커피는 지역 특성에 따라 그 맛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같은 품종, 같은 산지, 같은 등급을 지닌 커피라 맛은 볶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이 세계 최고(인도네시아 루왁 같은 특수커피는 제외한다)가의 커피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맛에만 있지는 않다. 오크통 포장 등의 마케팅, 특정 국가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독점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잘 볶여진 이 커피를 한 잔 마시다 보면 왜 비싼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