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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커피] 차의 나라 중국에서 커피를 마시다 문득....

중국은 차의 나라이다. 중국인의 문화에서 차는 매우 중요한 식품이자 기호품이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차는 중원은 물론 변경 지역 사람들의 삶에서 다양하게 응용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서구적 감성을 갖춘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차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세대들로 내려갈수록 차보다는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많고, 차배(茶杯, 차를 우려내는 도구)보다는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씽빠커(星巴克)차이딴(菜单, 메뉴), 스타벅스차이나 홈페이지


스타벅스가 1999년 베이징에 첫 점포를 낼 때만 해도 지금처럼 중국 전역에 커피샵이 자리잡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해인 2004년 베이징에서 스타벅스(星巴克, 씽빠커)를 찾아가는 일은 정말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스타벅스보다는 1997년 대륙으로 진출한 대만계 커피회사인 썅따오카페이(上岛咖啡, UBC) 매장이 많이 보였다. 스타벅스가 커피 음료를 위주로 하는 커피샵을 추구하고 있었다면, 샹따오카페이는 서양식 요리와 커피 등의 다양한 음료를 파는 일종의 경양식집(西餐厅)이었다. 

중국에서 스타벅스가 처음 점포를 낸 곳은 대부분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국제센테 건물이었다. 텐진(天津) 스타벅스도 국제센터(國際大廈, 꾸오지따샤)에 있었는데, 손님의 대부분은 외국인이거나 젊은 중국인이었다. 이에 비해 샹따오카페이는 중국의 일반 음식점들과 나란히 있는 경우가 많았다. 두 커피샵은 주문 방식도 다른데, 스타벅스가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주는 방식(이건 어느 나라 스타벅스를 가도 동일하다)이라면, 샹따오카페이는 자리에 앉으면 점원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중국음식문화보다 우월한 문화적 상징으로 커피를 활용하는데, 스타벅스의 전략이 샹따오카페이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스타벅스 커피의 맛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래서일까? 또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하여 샹따오카페이에서는 커피만 마시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마도 스타벅스가 샹따오카페이와 달리 커피를 중심으로 음료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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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 스타벅스에서도 한국처럼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하는 샹왕쭈(上网族)라 불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중국이동통신의 무선랜 망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에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노트북을 휴대한 젊은이들이 커피 한 잔 마시며 노트북 작업을 하는 풍경은 낯설었지만, 이제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노트북으로 작업(어떤 작업일까?)하는 사람들보다는 커피 한 잔 하면서 휴식삼아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그래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커피맛보다 여전히 스타벅스라는 문화적 상징을 즐기는 분위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巴黎貝甛(중국 파리바게뜨)의 차이딴(菜单, 메뉴), 중국 베이징, 2011. 1.

스타벅스의 성공 이후 중국의 대도시에 적지 않은 커피 매장들이 등장했다. 한국계 자본인 파리파이띠엔(巴黎貝甛, 파리바게뜨)과 뚜오러쯔르(多乐之日, 뚜레쥬르)도 커피를 판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계 빵집은 대부분의 매장에서 빵과 커피 등의 음료를 같이 판다.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들이 성공하는 모습에 고무되었나 보다. 당연히 매장 인테리어도 카페처럼 꾸며놓았다. 우따오커우(五道口) 파리바게뜨 매장에 들렀다. 커피 인이 배겼는지 아침에는 커피 한 잔 마셔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오는데, 중국에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나니 커피 마시기는 편해졌다. 메이쓰카페이(美式咖啡, 아메리카노)를 더블샷으로 달라고 했는데, 점원이 못 알아 들었나 보다. 추가로 한잔을 더 뽑아 달라고 하려다 그냥 마시기로 했다. 테이블에 앉아 한 모금 마시려는데 커피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와 관련 메뉴가 몇 종류에 불과하다. 그래도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카라멜 마키아또 등... 꿀차도 판다. 단 맛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위한 배려인가?

통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너무 순해서 싱겁게 느껴지는 커피를 입 안에 털어넣었다. 옆 좌석을 보니 혼자 온 듯한 여성이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며...... 우따오커우에 있는 파리바게뜨 이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목적지까지 몇 번 환승해야 하고, 몇 호선을 갈아타야할 지 생각해봤다. 1년 반만에 베이징에 왔더니 지하철 노선이 10개 정도는 추가로 개통되어 있다. 목적지에 지하철이 안 다니기 때문에 일단 가까운 역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 타야겠는데, 어느 역이 가까운지 가늠이 안된다. 베이징의 지하철 역 간 거리는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간 거리보다 2~3배 길기 때문에 내리려는 역을 잘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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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까지 거르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 텐진행 고속열차가 떠나는 베이징 남역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려고 식당을 찾아 보니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마이땅라오(麦当劳,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자니 별로 내키지 않는다. 재작년 베이징 남역에 처음 왔을 때, 뚜레쥬르에서 먹었던 빵맛이 괜찮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차에서 먹을 요량으로 커피 한 잔과 베이글 두 개를 샀다. 여기서는 더블샷으로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베이글은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슷하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니 고속열차는 벌써 텐진시내로 접어 들고 있다. 베이징에서 텐진까지 평균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30분만에 두 도시를 오간다. 그래서인가 해바라기씨 까먹는 사람들을 고속열차 내에서는 보기 힘들다. 무료함을 달래기에는 꽈쯔(瓜子)만한 것도 없는데, 고속열차에서는 그럴 필요도 없나 보다. 하긴 입 안에서 커피향이 가시기도 전에 텐진역에 도착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