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와 커피, 그리고....

[커피] 맛 없는 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UBC) 커피와 그저 그런 샹따오카페이(上島咖啡, UCC) 커피

사용자 삽입 이미지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중국법인 로고

중국의 대도시에서 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UBC) 매장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빨간색 바탕의 간판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가게에 비하여 노란색을 쓰는 상땨오카페이의 간판은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가맹점도 많아서 번화가는 물론이고, 주거 지역에서도 샹따오카페이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다(가맹점이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2005년 텐진외대에 강의하러 갔다가 샹따오카페이 매장을 처음 가봤다. 동행한 선생은 이 가게가 대만계 자본의 프랜차이즈 식당이라고 한다.  로고에 영문으로 커피를 써서 커피전문점인 줄 알았더니 경양식집에 가깝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메뉴판(菜單)

샹따오카페이는 커피 이외에도 쥬스 류와 탄산 음료, 맥주까지 판다. 음식은 간단한 디저트 류보다는 스테이크 등의 서양 요리이다. 이 정도면 커피전문점은 아니다. 베이징 자오양취(朝阳)의 샹따오카페이에 들렸을 때 본 메뉴도 비슷했다. 텐진에서 한 번, 베이징에서 한 번, 상하이에서 한 번 가봤으니 샹따오카페이에는 세 번 간 셈이다. 세 곳 모두 커피는 물론 음식도 맛이 없던 기억만 있는데, 이 회사가 중국 각지에서 성업중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샹따오카페이는 메뉴 개발보다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쏟는 느낌을 주는데, 그렇다고 서양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실내 분위기도 아니다. 이를 중용서용(中用西用)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스타벅스(星巴克, 씽빠커)가 커피전문점답게 커피 위주의 음료를 판매하는데 비하여 샹따오카페이는 서양식 음식(정통 서양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을 주로 판다. 이 정도면 샹따오시찬팅(上岛西餐厅)으로 상호를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상따오카페이 타이완 본사 로고

흥미로운 사실은 샹따오카페이가 사용하는 영문명인데, UBC(Universal  Best  Coffee)란 이름을 '上岛咖啡'란 한어명과 병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UCC우에시마커피(UCC: UESHIMA COFFEE CO., LTD)와 다른 회사라고 강조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UCC의 명성을 기대어 살짝 비튼건지 잘 모르겠다. 한자 표현이 같아서 같은 회사처럼 느끼게 한다. 샹따오카페이의 홈페이지(
http://www.ubccn.com/ubc2.0/about.asp)를 보니 중국 샹따오카페이는 대만 회사인 샹따오카페이(上島咖啡, 대만에서 쓰는 영문명은 SUN-ISLAND COFFEE & TEAS & FOODS CO., LTD)의 계열회사이며, 1997년 상하이에 설립했다(上岛咖啡源于宝岛台湾)고 설명하고 있다.

UCC우에시마커피(
UCC)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UCC우에시마커피의 홈페이지(
http://www.ucc.co.jp/company/info/histry/index.html)를 보니 1998년에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中国上海市に現地法人を設立)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UCC우에시마커피의 중국 현지법인 홈페이지(http://www.ucc-coffee.com.cn/docc/company.asp)에는 1994년부터 중국에서 시장조사를 시작해서 1998년 직접투자방식으로 진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샹따오카페이의 중국법인명은 '上海上岛咖啡食品有限公司'이고 UCC우에시마커피의 중국법인명은 '上島咖啡(上海)有限公司'인데, 묘하게도 샹따오(上島)란 명칭을 동일하게 쓰고 있다(간자 표기와 번자 표기의 차이가 있다. 한자를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업명을 번자로 쓰기도 하니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UCC우에시마커피가 현지 법인명을 굳이 괄호까지 치면서 上海 표기를 넣은 모양을 보니 샹따오카페이를 의식했나 보다. 커피의 일본식 한자 표기인 '珈琲'를 버리고 중국어 가차 표기인 '咖啡'를 사용했다. 일본 UCC우에시마커피홈페이지에는 중국법인명을 上島珈琲(上海)有限公司라고 쓰고 있는데, 중국법인 홈페이지에서는 珈琲를 咖啡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어에 珈琲(지아페이)란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회사임에도 다른 한자로 표기된 모습을 현지화라고 해야 하나? 현지 언어에 맞게 법인명을 정해놓고 굳이 일본 본사의 홈페이지에는 일본식 표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UCC Bllue Mountain No. 1

중국시장에 진출한 UCC우에시마커피는 가맹점 사업을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수입해서 판매하는데, 중국에서 UCC 원두커피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텐진의 일본계 이스단(伊勢丹, ISETAN) 백화점의 식품매장에서는 볼 수 있다. 이곳은 텐진 거주 일본인들이 자국의 식료품을 사기 위해 오는 곳이라 일본의 대표적인 커피회사인 UCC우에시마커피의 원두가 있다. 유통기간을 보니 18개월(이건 원산지 일본도 같다)로 정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유효기간이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 아무리 질소충전 방식으로 포장했다 해도 너무하다. 1년 이상의 유통기간 은 UCC 커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다국적 커피 회사들도 유통기간을 정한다. 워낙 비싼 커피라 소량만 수입했을 텐데 그마저도 안 팔렸나 보다.  

이 백화점의 꼭대기층에는 있는 커피샵(여기도 경양식집 메뉴 일색이다)은 UCC커피원두로 커피를 추출해서 판다. 사이폰으로 추출하는 커피가 있기에 마셨더니 그저 그런 맛이다. 그래도 샹따오카페이의 커피보다는 낫다.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南橘北枳, 周禮 考工記)'더니 두 회사가 수입해서 파는 커피 모두 맛이 없다. 그나마 UCC우에시마커피의 커피는 탱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샹따오카페이의 커피는 진짜 탱자이다. 베이징 자오양취 샹따오카페이에서 블루마운틴 메뉴가 있기에 시켰더니 퍼콜레이터(percolator, 모카포트와 유사한 방식의 커피 추출도구)에 담아서 갖다 준다. 맛은 최악이다.블루마운틴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시킨 아메리카노 맛보다 못하다. 커피메이커로 내려서 갖다 주는게 낫겠다. 그래도 커피전문점처럼 바 뒤에 다양한 커피 추출도구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 기구들을 사용하는 지는 모르겠다.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특히 사무직 노동자)에게 커피는 차보다 인기 있는 음료이다.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좋아하는 음료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중국 대도시 번화가에는 커피샵이 전통적인 차관보다도 많다. 편리함 때문인지, 아니면 서구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인들의 음료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커피와 차는 대용 음료이지만 입안에서 느끼는 질감은 다르다. 그래도 궁극의 지점에서는 커피나 차가 주는 맛의 쾌감은 비슷하다. 좋은 차를 선별하고 맛을 즐기는데 적지 않은 정성을 쏟는 만큼 중국인들이 커피의 품질과 맛에도 정성을 기울인다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샹따오카페이도 탱자 커피를 팔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