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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커피] 카리타(Kalita)의 다양한 드립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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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 드립퍼들


손흘림 커피를 좋아하면 여러 회사에서 생산한 드립퍼를 사용하게 된다. 드립커피를 내릴 때 주로 사용했던 것은 카리타 제품이었다. 세 개의 출수구가 있는 카리타 제품은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하여 물조절이 쉽다. 카리타 드립퍼는 동(銅), 세라믹, 플라스틱의 세 가지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모양새만 본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동제품이 제일 좋아 보인다. 세라믹 제품은 자주 사용하보면 커피 기름이 출수구에 끼어서 출수가 좋지 않고, 플라스틱 제품은 왠지 재질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때문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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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 세라믹 드립퍼

지금은 손에 닿는대로 여러 회사의 드립퍼를 쓰지만, 처음 손흘림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카리타의 세라믹 제품을 즐겨 썼다. 세라믹 제품은 예열이 늦다. 게다가 자주 면봉으로 출수구를 닦아줘야 할 정도로 예민하며, 리브가 동이나 플라스틱에 비하여 굴곡이 도드라지지 않아서 필터가 달라붙은 것처럼 보인다. 카리타에서는 여러 가지 색상의 세라믹 제품이 나오는데, 커피는 브라운이라는 편견때문에 나는 이 색깔의 드립퍼를 좋아한다. 아니, 사실은 때가 잘 타지 않기 때문에 좋아한다. 세라믹 드립퍼는 물로 대충 헹궈내도 될 정도로 뒷마무리가 편하다. 다른 재질의 드립퍼에 비하면 편리해 보이지만, 막상 사용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출수구에 끼는 커피 기름을 자주 닦아줘야만 물줄기가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 닦아야지'하고 생각하지만 커피를 내릴 때만 떠오르기 때문에 소잃고 외양간도 고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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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 동드립퍼

결국 이게 귀찮아서 일본에 출장갔다 카리타 동드립퍼를 사왔다. 동드립퍼는 예열도 빠르고 출수도 좋다. 무엇보다도 멋있어 보인다. 황동의 빛깔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가격이 비싸다. 엔화 환율이 바닥을 칠 때쯤 사와서 열심히 사용했다. 지금은 어쩌다 한 번 정도만 사용한다. 동제품의 특성 상 관리를 잘못하면 동록(銅綠)이 생기기 때문에 이 놈은 커피를 내리면 바로 닦아서 보관해야 한다. 드립퍼 가격만 생각하면 놈이 아니라 '이 분'이다. 건조한 상태로 보관하지 않으면 검푸른 동록이 버섯곰팡이처럼 드립퍼 표면에 달라붙기 때문에 고귀한 분처럼 모셔야 한다. 커피를 내리고 나면 목구멍이 빨리 넣어 달라고 재촉한다. 이런 상황인데 설거지부터 하고 싶을까? 동록 방지하자고 설거지부터 한다면 설거지부터 하고 밥먹는 셈이다. 게다가 커피를 마시며 다른 일까지 하다 보면 널려 놓은 커피 도구들은 잊어 버리기 십상이다. 동드립퍼의 운명은 정해졌다. 누가 와서 봐도 눈에 확 띨 수 있는 곳에 올려놨다. 그래도 비싸게 사왔으니 고고한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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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록(銅綠)

요즘은 환경호르몬 걱정에 처박아 두었던 플라스틱 드립퍼로 커피를 내린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말자고 마음을 먹으니 환경호르몬도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근대인들은 눈으로 확인해야만 진실이라고 믿었다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경각심부터 갖는 우리는 확실히 포스트 모더니스트이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해롭다는 것만을 찾아서 떠들어 대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냥 믿을 뿐이다. 아니 믿으라고 강요당하고, 결국 믿는다.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볼 수 있게는 해줘야 하지 않는가! 드립퍼 얘기하다 말이 샜다.
 
플라스틱 드립퍼는 커피를 내리는 물줄기의 상태를 볼 수 있다. 다른 재질의 드립퍼들은 불투명 재질이라 리브 사이로 끼어 드는 물 상태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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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 플라스틱드립퍼

커피광들은 물이 리브 사이로 타고 내려 가지 않아야 커피가 맛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물맛이 없어진다고 말하는데, 난 아직도 리브 사이로 흐르는 물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다. 그래도 내가 내린 커피는 물맛이 없다. 혓바닥에 곤두 선 돌기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일까? 그래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손흘림 커피를 내려 마신지도 삼년이 넘었으니 실력이 생겨서 그러겠지. 맛있다! 정말, 맛있다고 마법을 건다.  

하여간 플라스틱 드립퍼로 커피를 내리면 물흐름의 상태를 볼 수 있다. 환경호르몬이 섞여서 나오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무시한다. 물 흐름이 중요한 거야! 플라스틱 드립퍼는 다른 재질의 드립퍼보다 커피 내리는 과정을 보기 쉽다. 게다가 가격도 싸고, 파손 위험도 적다. 무엇보다도 관리가 편하다. 물로 헹궈주기만 하면 된다. 대신 모양새는 나지 않는다. 그럼, 어때! 이래서 어머니가 플라스틱 제품을 좋아하셨나?

오늘도 '뼈(Rib)를 타고 내려오지 않아야 하는데' 생각하며 물을 내린다. 그래도 리브 사이로 조금씩 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