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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중국차] 텐진(天津)시 주장따오(珠江道) 차도매시장의 차상인 황씽쑨(黃興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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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山 普洱茶(餠茶) 측면-2010년산,

황씽순 사장은 중국 텐진(天津)시 주장따오(珠江道)에 있는 텐진시차도매시장(天津茶葉批發市場)에서 차를 파는 상인이다. 2007년 5월 베이징 띠단꽁위엔(地壇公園)에서 개최된 베이징도서전(北京書市)에 갔다가 텐진을 거쳐서 귀국하게 되었다. 텐진에 있는 주짱따오 차도매시장의 황사장 가게에서 차를 사면서 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텐진을 갈 때마다 황사장의 가게를 들리다 보니 펑이어우(朋友)가 되었다. 중국에서 '펑이어우'는 친밀한 사이임을 드러낼 때 쓰지만, 때로는 상인이 물건을 팔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황사장과 나는 상인과 구매자로 만났으니 후자의 의미에 가깝겠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진짜 친밀한 사이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황사장 가게를 알기 전까지는 푸젠(福建)성 출신 왕사장의 가게에서 차를 구입했었다. 철관음(鐵觀音, 테관인)을 좋아하다 보니 테관인 산지인 푸젠성 상인의 가게에서 철관음을 구입했었다. 왕사장은 보이차(普洱茶, 푸얼차)를 취급하지 않았지만 구해 달라고 하면 보이차를 갖다 주었다. 왕사장을 통해서 보이차를 구매하다 보니 좋은 보이차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적지 않은 이윤을 차값에 붙여서 팔았다. 삼년 정도 왕사장 가게에서 차를 구매하다 2007년 5월 텐진외대의 리교수님과 함께 보이차 전문점을 찾아 나섰다. 텐진에는 차도매시장이 세곳(두곳은 가봤지만 텐진시 서쪽에 있는 시장은 가보지 못했다)에 있다고 하는데 제일 규모가 큰 주장따오 차도매시장에 가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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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津茶葉批發市場, 天津市 珠江道, 冠和名茶 홈페이지에서 퍼옴.

그날은 화북지방의 5월 날씨답게 낮기온이 30도를 넘고 있었다. 리교수님과 주장따오차청(珠江道茶城)을 돌아  다니다 상가 가운데 위치한 황사장의 가게로 들어 갔다. 황사장은 부인에게 우리를 응대하게 하고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다가 내가 차에 대해 좀 아는 척하니까 자신이 직접 응대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지금도 중요한 손님은 자신이 직접 차를 우려내 주지만, 비중이 떨어지는 손님은 부인에게 거래를 맡긴다.

그때만 해도 보이차에 대한 지식이 적었던 때라 황사장이 추천하는 차보다 지명도가 있는 차만 관심을 보였다. 황사장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상표의 차를 취급하고 있었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이 권하는 차를 마셔보라고 했다. 의외였다. 대익패(大益牌, 따이파이)나 중차패(中茶牌, 중차파이) 등의 지명도 있는 회사의 보이차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던 때라 바가지를 씌울 수 있었는데도, 황사장은 오히려 그런 차들은 맛에 비해 가격 거품이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러 산지의 차를 블렌딩한 차(그렇다고 블렌딩한 차의 품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채엽해서 만든 교목차(喬木茶, 이건 한 마디로 정의하기 조금 어렵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차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권했다. 윈난성(雲南省)의 산지에서 차엽을 직접 매입해서 위탁 제작한 차도 마셔 보라고 권했다. 황사장이 우려주는 여러 종류의 보이차를 마시다 보니 반나절이나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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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眉山 普洱茶(餠茶)-2006년산

황사장이 위탁제작한 란메이샨(藍眉山)이란 병차(餠茶) 한 통(대부분의 보이차 한 편 중량은 357g이며 1통은 7편이다.  한 통이 7편인 이유는 중국인의 전통적인 숫자 관념과 관련이 있다. 한 편의 무게가 357g이 아닌 병차들도 있는데, 한 편의 무게가 400g인 란메이샨이 이런 경우이다)과 다른 차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은색으로 빛났던 '란메이샨'의 백호(白毫)는 지금 금색으로 바뀌었다. 돌로 긴압(緊壓)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서 발효도 빠른 편이다. 황사장은 대익패, 중차패, 노동지(老同志, 라오통지), 하관(下關, 씨아꽌) 등의 유명 상표보다는 중소차창에서 제조한 좋은 고수차(古樹茶)를 윈난 현지에서 구해다 판다. 보이차엽을 채취하는 계절에는 윈난 일대에서 좋은 차엽을 구하기 위해 상주할 정도이다.  

이렇게 황사장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그의 가게는 텐진을 갈 때마다 반드시 시간을 내서 들리는 곳이 되었다. 때로는 한국을 오가는 리교수님에게 차를 부탁하기도 한다. 리교수님은 원래 차를 마시지 않았는데, 나때문에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차를 많이 마신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는 저렴한 녹차이다. 고급차는 꽁푸차(工夫茶)로 즐기는데, 차를 우려내는 사람의 숙련도와 지식에 따라 차맛이 달라진다. 차도매시장에서 차를 시음할 때도 상인은 꽁푸차로 차를 우려낸다. 중국의 차도매시장에서는 자신이 구매하려고 하는 차를 마셔보고 살 수 있는데, 차상인들은 대체로 가격이 낮은 차부터 높은 차 순으로 차를 우려낸다. 황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구매를 자주 하다 보면 처음부터 좋은 차를 내놓기도 한다. 자주 오는 손님의 구매 수준에 맞는 차부터 우려내서 시음하다 보면 보다 비싼 값의 차를 팔 수도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황사장은 새로 지은 주장따오차청(珠江道茶城)으로 점포를 옮겼다. 이전까지 차도매시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은 창고로 쓰기 위해 지은 건물이었다. 처음으로 옮긴 가게로 갔다. 반갑게 인사하고 앉으니 청향의 봉황단총(鳳凰單欉, 펑황딴총)을 시음해보라고 우려낸다. 농향(濃香)의 봉황단총은 마셨어도 청향(淸香)의 봉황단총은 처음 마셔본다. 향과 맛이 너무 좋다. 가격을 물어보니 엄청 비싸다. 한 근(500g)에 천육백위안(272,000원 정도)이란다. 안길 백차(安吉白茶, 안시 빠이차) 특품, 반장(班章, 빤장) 보이생차을 우려내 준다. 황사장에게 텐진에 머무는 동안만 마실 녹차를 조금 달라고 했더니 특급 신양모첨(信陽毛尖, 신양마오티엔)과 유리차배를 선물로 준다. 첫날은 이 정도에서 갈무리했다. 몇일 뒤, 다시 황사장의 가게를 찾아 갔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차를 시음했다. 황사장이 윈난에서 차엽을 사들여 올해 제작하려고 하는 보이차와 농향과 청향의 철관음 몇 종류, 몇일 전 시음했던 청향 봉황단총, 홍차인 금준미(金駿眉, 진준메이) 등을 마셨다. 특히 정산소종(正山小種, 졍샨쌰오종)을 생산하는 통무꽌(桐木關)에서 만든 금준미가 거품이라고 했더니, 나보고 좋은 금준미를 마셔보지 못해서 그렇다며 금준미를 우려내 준다. 맛이 좋기는 한데, 한 근에 오백위안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통무꽌의 전통적인 방식(松煙熏製)보다 섬세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금준미 가격이 비싼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히려 중국 차시장에서 홍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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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山 普洱茶(餠茶)-2010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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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雪山 普洱茶(餠茶) 표면-2010년산,


이 글을 쓰면서 바이두(百度,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사이트)에서 황사장 이름을 검색했더니 텐진의 차상인을 대표해서 말한 그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작년 중국 서남 지역의 가뭄으로 차의 작황이 좋지 않고, 차엽 품질도 떨어진다'고 말한 그는 올해 봄에는 활발하게 차엽을 수매하러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재작년에 수매한 차엽 중에서 좋은 잎으로만 제작한 샘플용 병차를 만들었다고 보여 준다. 시음해보니 단맛과 회감이 좋다. 샘플로 만든 차라 내표(內票)와 내비(內飛)가 없다. 샘플로 제작한 7편 중에 2편을 갖고 왔다. 그는 5월 경에 이 차의 차엽으로 긴압차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차를 만들기 바란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그의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