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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커피, 그리고....

[기타 차류] 매화차 향기

이 글은 대학동기들과 수다떠는 공간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래서 반말조니 이해하세요.

지지난주에 매화차 운운하면 문자 날렸더니 강가딘은 시조타령하고 있다고 구박하고, 템즈는 시같다고 한다. 빗새는 자판기 커피맛 운운하고, 한울은 왜 이제야 밥을 먹고 다니냐고 한다. 점심 먹고 산책나갔다가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로 접어들었는데 매화향이 진했다. 벌들은 열심히 꽂에 달라붙어 생명을 창조하고 있더라. 옛집 모서리에 제법 오래된 매실나무에서 매화가 만발했다. 설중매를 구경하기 힘든 판에 오래된 매실나무의 매화를 보는 것만으로 왠지 매화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인 몰래 매화 몇 가지를 꺽어 왔다. 우리가 아는 설중매는 오늘날 거의 볼 수가 없다. 설중매는 눈을 뚫고 나온다 하여 봄기운의 기상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매화 고목이 없는지라 볼 수도 없다. 이런 것은 그림에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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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매화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마. 보고 마음이 당기면 가평 연구실로 와라. 그럼 냉동실에 얼려 둔 매화꼿 송이 띠워서 마시게 해주마. 바로 따와서 먹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화향은 살아 있다. 일단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전에 매화 감상이나 해라. 어떤 매화가 마음에 드는냐에 따라 매화차의 맛도 달라진다. 아래 내용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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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녹차를 우려낸다. 녹차우리는 것은 모두 알지. 절대 티백 녹차로는 만들지 못한다(만들 수는 있는데, 일단 맛이 떨어지고, 매화 잎을 띠우기 불편하다). 다관에서 우린 녹차를 작은 잔보다는 비교적 큰 다완(茶碗)에 따른다. 그 위에 매화송이 3~5송이를 띠운다. 물론 위 사진의 가지에서 꽃만 떼어서 띠워야 한다. 그럼 아래와 같이 매화의 아랫부위가 차에 젖으면서 다섯 잎으로 된 매화가 하늘(실은 나)을 향해 활짝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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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는 한 잔 마시고 두번 째 우린 녹차를 부었더니 매화의 윗부분이 젖었다. 다완도 백자완을 썼으면 색이 좀 더 괜찮았을 것 같은데, 가평 연구실에 있는 다완이 분청다완이라 그냥 찍었다. 그래도 매화가 흰색에 가까워 색은 나오네. 매화향인 느껴지냐. 위 사진에 띠운 매화는 몇 십년된 매실나무의 매화라 향도 진해서 매화차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아래 사진(위의 매화 사진 중 첫번째 매화)은 아파트 앞 밭에 묘목 단계를 막 벗어난 매화를 따다 띠운 것이다. 잎이 커서 사진 색은 잘 받는 것 같은데, 맛은 별로다. 일단 아직 묘목단계를 벗어나지 못해서 매화향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보기만 해라. 이건 가지 하나만 꺾었다가 사진만 찍고 버렸다. 역시 매화도 땅의 기운을 흡수한 년수만큼 향도 강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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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송이의 매화 옆에 있는 동그라미는 덤이다. 꽃망울 상태의 것을 그냥 시각적으로 즐거우라고 덤으로 띠웠다. 묘목 단계여서 그런지 매화의 술은 앞의 것보다 길어 축 처져있다. 아니면 품종이 다른가? 어쨌든 나는 위의 것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매화를 띠워서 천천히 마시면 된다. 그러면 매화향이 목을 타고 넘어가기 전에 코를 자극하고, 뇌를 즐겁게 한다. 마시고 싶지. 가평으로 와라. 매화차와 다른 여타의 차를 제공하마. 특히 너희들이 온다면 평소에는 잘 안 먹는 차를 뜯으마. 십년 넘은 보이차(오지 않기를 바라야 하나? 마누라한테도 잘 안 주는데)와 극품 철관음을 우려 주마.

매화차는 이런 방식으로 3~4번 정도 우린 녹차를 부어서 마시면 된다. 참, 녹차 부을 때는 매화잎이 젖지 않도록 다완의 모서리 면에 살살 부어야 한다. 그래야 매화잎의 원형이 유지된다. 윗면이 젖으면 팽팽한 젊음이 찌그러진다.

매화차 마시려고 따온 가지 중 모양이 나오는 것으로 책상 위에 올려놓아 봤다.  책상 위에 포스트 잍이 눈꼴사납지만 참고 봐라. 향이 느껴지지 않니. 특히 빗새. 오늘 매화차 물어보는 것으로 봐서 제일 먼저 이곳에 올 것 같은데,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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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매화차 향이 느껴지냐. 그러고 보니 시계필통도 눈에 거슬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