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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협박문(양주교통 73-2 마을버스의 운행중단 공고)을 읽고 최근 작업실이 있는 아파트 승강기에 친절한 협박문이 게시판에 붙었다. 일단 내용부터 보자.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버스회사 양주교통이 친절하게 주민들을 위하여 버스노선 폐지를 알리는 공고문이다. 일단 버스회사가 보낸 공고문에 나오는 아파트 이름은 지웠다. 노선만 찾아 봐도 어디인지 알 수 있으니 별것도 아닌 것에 명예 운운하는 이들을 생각해서 아파트 이름은 지운다. 이런 글을 공고문(公告文)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고문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쓰인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은 공고문이라기 보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을 향한 협박문이다. 승강기 안에서 이 글을 읽고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안하무인도 이 정도면 갈데까지 갔다. 이런 나부랭이를 복사해서 붙인 .. 더보기
무단첩부와 민유총기에 대하여 성북구 파출소 담벼락에 붙어 있는 현수막에 쓰여진 문구를 보다 떠오른 생각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현수막을 다른 곳에서도 봤으니 서울성북경찰서만 현수막을 내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보책임자의 우리말에 대한 감각은 이*숙 여사의 영어사랑론만큼이나 한심하다. 아래 사진에 있는 표어를 보자. 왼쪽에 경찰청 상징인 독수리인지 뭔지 모르는 새그림이 있고, 정형적인 4음보의 16자 표어가 대조를 이루면서 표현되어 있다. '슬그머니 버린'을 반복하고 뒤에 서로 다른 성격의 단어를 배치해서 의미를 명료하게 한 것까지는 좋았다. 표어의 아랫쪽에 배치한 세부적인 실천내용('~맙시다.'로 끝나는 것을 보니 권유같은데, 왠지 느낌은 그렇지 않다)을 보니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말을 써놓았다. 표어의 내용을 받쳐 주는 구체적인 실.. 더보기
버마 민중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버마 민중의 민주화 시위는 9월 중순 버마의 정신적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스님들이 시위 대열에 나서면서 버마 민중의 대다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1988년의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이다. 현재 군사정권의 무력진압으로 인하여 수십명이 사망(군사정권은 9월 29일 현재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마도 추정수치가 맞을 것이다. 독재국가치고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는 적이 있던가. 그런데 버마의 민주화 시위 역사를 살펴 보니,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의 역사와 너무나 유사하다. 그래서 너무 불편하다. TV화면에 등장하는 버마군의 모습을 보는 순간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에 서있던 공수부대가 오버랩된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대형으.. 더보기
[책글]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생활의 대부분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것들이 오랜 세월동안 우리 삶의 영역에서 자리잡아 온 것으로 착각한다. 본격적인 책 소개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의문을 가져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에 고추가루가 들어간 것이 언제부터일까. 고추라는 식물이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추가루와 각종 양념을 버무린 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추의 전래 이후가 될 것이다. 고추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김치도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것도 '백김치(붉은 색 고추가라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 백김치라고 한 것 같다)', '동치미' 등등이 있다. 따라서 김치를 담글 때 고추가루는 선택사항에.. 더보기
고급 장난감의 세상 최근 아이의 학습준비물 목록을 보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이 정규 학습에 편재되어 있는 것에 놀랐다. 오늘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의 대부분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자연적인 소재로 만든 장난감을 학습대상으로 삼은 교과 내용 편성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장난감이었던 것이 민속놀이의 대상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야말로 갖고 놀 장난감이 없었다. 아니 갖고 놀 장난감이 있기는 했다. 나도 동네에서 꽤 소문난 구슬(당시에는 일제 잔재의 언어의식을 극복하지 못해 '다마'라고 했다)치기 대장이었다. 오늘날 초등학교 교과에서 배우는 놀이들 대부분이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아이가 물총 만드는 수업이 있다.. 더보기
사진술에 대한 생각(2) 三人三色 우리 가족은 각각의 개성을 존중한다. 무엇으로 ? 인간은 왜 사진을 찍는가? 이러한 질문에 멋있는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기록문화를 운운해야 할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기록문화의 수호자로서 사진을 찍을까? 나는 사진찍기도 놀이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놀다 보면 왠지 자신의 놀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놀이가 예술이 되고, 예술은 놀이의 과정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인류가 발명한 사진술도 이로부터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진술에 대한 학문적인 것이 아니다. 사진의 출발점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사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을 봐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진의 개념은 없다. 사진을 찍게 된 동기는 남들 안 갖고 있는 카메라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더보기
[책글] 살아서 돌아오다-해방공간에서의 귀환 아사노 도요미 감수 해설, 이길진 편역, 살아서 돌아오다-해방공간에서의 귀환, 솔, 2005. 김갑수 선생님으로부터 또 한 권의 사진책을 받았다. 지난 번 당신의 작업실에서 두 권의 책을 탈취(?)당한 기억이 없으신가 보다. 당신도 다 보지 못한 책인데 사진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주신다. 이런 때는 염치불구하고 받아야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해방공간의 상황을 찍은 사진을 모은 것이다. 사진이 90% 이상을 차지하니 기록 화보집이라 명명해야 하나? 그런데 이 책은 해방공간의 현상을 담고 있는 책과는 다른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해방공간의 기록사진책은 일제의 패망과 미군의 한반도 진주, 한국인들의 해방에 대한 기쁨, 한국 내 다양한 정치세력의 활동 상황, 민중들의 삶의 모습 등을.. 더보기
[책글] 쿠바를 찍다-사진작가 이광호의 쿠바 사진여행 이광호, 쿠바를 찍다-사진작가 이광호의 쿠바 사진여행, 북하우스, 2006 TBS DMB라디오 '김갑수의 아름다운 오늘'에 매주 정기출연을 한 지도 두 달이 다 돼간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 김갑수 선생님. 방송이 끝나고 스텝진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김갑수 선생님의 오디오와 음반이 있는 놀이방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당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 책 관련 프로그램의 패널, 오디오 평론가, 방송인 등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지라 당신의 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마포 주택가의 상가 지하실을 통째로 빌려 LP로 가득 채운 그의 방을 작업실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당신 스스로 그곳을 노는 곳이라고 지칭하니, 나도 놀이방이라고 부르련다. 오.. 더보기
광릉국립수목원(3회) 한동안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초고만 작성해 놓고 이제야 광릉수목원의 마지막 회를 씁니다. 난대식물원에서 나와 산림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빗새가 자동판매기로 가는군요. 빗새는 커피 중독증입니다. 점심먹고 식당 안에 있던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던 것 같은데, 또 다시 커피를 뽑아가지고 옵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왠지 담배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자판기 커피의 단맛은 담배 맛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 것입니다. 애써 참았던 담배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것들 중에 자판기 커피의 유혹만한 것도 없습니다. 빗새가 담배를 맛(멋?)있게 피우기를 기다렸다가 산림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산림박물관은 한국의 산림생태계를 알리기 위하여 만들어놓은 곳답게 정형화된 공간입니다. 나무와 재목.. 더보기
그대 들리는가. 봄의 소리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