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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국립수목원(2회) 광릉수목원에는 소나무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종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몇 십년 된 소나무 밑에는 씨를 틔우는 어린 소나무가 보입니다. 옆에는 자신의 역할을 끝낸 삭정이가 보입니다. 새로운 생명과 퇴화되는 것의 공존을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난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 속에 있다 봄을 맞아 새로운 생명은 잿빛 대지를 뚫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습니다. 칩엽수림이 우거진 토양은 황폐해진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활엽수림 속에 있는 침엽수는 빛을 받지 못해 고사하기 쉽습니다. 어린 소나무의 운명은 알 수 없습니다. 이 소나무가 씨앗을 틔운 곳이 침엽수 지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소나무는 씨앗을 틔우고 대지를 뚫고 나오는 순간부터 생존을 위한 처절한 환경에 놓여지게 된 것입니.. 더보기
허공 속의 매화 오래된 매화나무는 향이 진하다. 점심먹고 오다 우연치 않게 발견한 30년 이상 됨직한 매화나무의 향에 흠뻑 빠졌다. 진한 향만큼이나 벌들도 많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밭 언저리에 몇 년되지 않은 매화나무가 있었지만, 벌들은 본능적으로 단 물이 많은 꽃을 찾았다. 오래된 매화는 수많은 가지를 뻗어 꽃을 피웠다. 어떤 가지는 하늘을 향한, 또 다른 가지는 땅을 향한 자신의 지향점을 보여주었다. 굵은 가지에서 뻗쳐 나온 두 개의 가지만을 찍어 보니 허공 속의 매화가 되었다. 지기 직전의 모습. 이 봄이 가면 매화의 깊은 향과 화사함은 내년에나 볼 것이다. 내년에도 이 땅이 개발되지 않아 깊은 향을 전해주기 바란다. 더보기
광릉 국립수목원(1회)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서 광릉수목원이라고 쓰겠습니다)에 갔다 왔습니다.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던 터에 대학 동기가 광릉 근처에 살아 봉선사 입구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광릉수목원을 갔습니다. 2주 전에 친구를 만나러 양주에 갔다가 가평 가는 길에 광릉 숲길이 좋아 예약을 했습니다. 물론 바쁜 척하는 친구를 그곳에 산다는 이유로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광릉수목원은 1997년 6월 1일부터 5일전에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3일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예약이 되네요. 친구말로는 입장 정원이 마감되지 않으면 1시간 전에도 된다고 하네요. 토,일요일은 개방하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말에 개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광.. 더보기
[기타 차류] 매화차 향기 이 글은 대학동기들과 수다떠는 공간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래서 반말조니 이해하세요. 지지난주에 매화차 운운하면 문자 날렸더니 강가딘은 시조타령하고 있다고 구박하고, 템즈는 시같다고 한다. 빗새는 자판기 커피맛 운운하고, 한울은 왜 이제야 밥을 먹고 다니냐고 한다. 점심 먹고 산책나갔다가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로 접어들었는데 매화향이 진했다. 벌들은 열심히 꽂에 달라붙어 생명을 창조하고 있더라. 옛집 모서리에 제법 오래된 매실나무에서 매화가 만발했다. 설중매를 구경하기 힘든 판에 오래된 매실나무의 매화를 보는 것만으로 왠지 매화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인 몰래 매화 몇 가지를 꺽어 왔다. 우리가 아는 설중매는 오늘날 거의 볼 수가 없다. 설중매는 눈을 뚫고 나온다 하여 봄기운의 기상을 의미하는.. 더보기
범은정 학교이전이 현실화되니 한남동 교정을 찍어서 보여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20여년 이상을 한남동 교정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동기들은 대학 시절 자신들의 흔적이 있는 공간을 기억하고, 나는 품을 판다. 석양에 물들어 가는 범은정의 모습이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들도 좋아하리라. 더보기
사진술에 대한 생각(1) 사진을 찍는다는 것 오랫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 앞에서 사진에 대해 아는 척 몇 마디 던진 것이 화근이 되었다. 최근 DSLR을 장만한 친구가 '고수'라고 한 말에 우쭐해서 노출, 구도 운운했더니 디카를 잘 갖고 노는 방법에 대하여 글을 써보란다.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대학동기들의 사이버카페에 하나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내가 연재를 해야만 하는 항목이 생겼다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 내 업도 아닌 사진에 대한 글까지 써야 한다는 것은 나를 가위누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간간히 셔터를 누르면서 생각했던 것을 글로 적어 본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래 목차 정해놓고 쓰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그냥 써보자. 내가 사진학 강의할 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떻냐. 자세하게 설명할 때는 설명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