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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금준미, 정산소종계의 새로운 홍차이긴 하지만..... 지금 중국의 차시장에서는 홍차가 유행이다.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기문홍차(祁門紅茶, 치먼홍차)는 물론이고, 수확량의 대부분을 외국으로 수출한 탓에 국내 유통량이 적었던 정산소종(正山小種, 졍샨쌰오종)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베이징의 마렌따오 차도매시장에는 실론홍차(Ceylon black tea, 锡兰紅茶)만을 수입판매하는 가게가 등장했을 정도이니, 중국의 차시장에서 홍차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차의 원조는 중국이며, 자국에서 생산한 차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생산한 홍차까지 수입해서 마시는 모습은 매우 낯선 일이다. 최근에는 영국식 티웨어를 파는 곳도 생겼는데, 어찌 보면 홍차 본연의 맛보다는 홍차에서 파생된 문화적 현상을 즐기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전통적으.. 더보기
[사진전] 손봉희 사진전-SOULSCAPE the Geumgang pine의 발문-우리들 의식의 원형(原型) 모든 게 귀했던 시절에는 나무도 귀했다. 특히 소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쓰임새도 많았지만, 함부로 벨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었다. 우리 민족은 사람의 출생과 죽음의 의식에 소나무를 사용했고, 한 평생을 머무는 집도 소나무로 뼈대를 세웠다. 아들의 출생을 알리는 금줄에 솔잎을 썼고, 사람의 주검은 소나무 관에 안장했고, 집의 기둥과 대들보도 소나무를 썼다. 이처럼 소나무는 한 사람의 생애와 같이 했고, 대를 잇는 가문의 보호막이기도 했다. 소나무는 우리 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였던 만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했다. 우리 민족은 강한 생명력과 상록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소나무를 친숙하면서도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푸름을 상징하는 소나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교의 상징으로 수.. 더보기
[도봉산] 보문능선에서 헤매다 도봉산 매표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보문능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겹겹이 다져진 눈길을 오랫만에 걷는다. 지난 일요일에도 적지 않은 눈이 내렸지만, 길 가운데는 차와 등산객들의 발길에 다져져서 단단하다. 올해 처음으로 하는 산행에서 눈 덮인 산길을 걸으니 기분도 좋다. . 언제 봐도 능원사의 금색 단청은 촌스럽다. 게다가 용마루에 얹은 금시조(金翅鳥)는 근원도 없는 짬뽕 미학의 상징이다. 인도신화에서 우주의 수호자 비슈누를 태우고 악령을 퇴치하는 가루다(迦樓羅, 금시조의 원형)의 의미를 살리려고 한 듯 새 위에 부처(아래에서 쳐다 봐서 어떤 부처인지 잘 안 보인다. 이 절이 미륵불을 모신다고 하니 미륵불이겠지)와 화관을 쓴 관세음보살이 앉아 있다. 금시조가 아니라 봉황 또는 수탉처럼 느껴지는 이 새의 날개.. 더보기
[커피] 맛 없는 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UBC) 커피와 그저 그런 샹따오카페이(上島咖啡, UCC) 커피 중국의 대도시에서 샹따오카페이(上岛咖啡, UBC) 매장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빨간색 바탕의 간판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가게에 비하여 노란색을 쓰는 상땨오카페이의 간판은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가맹점도 많아서 번화가는 물론이고, 주거 지역에서도 샹따오카페이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다(가맹점이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2005년 텐진외대에 강의하러 갔다가 샹따오카페이 매장을 처음 가봤다. 동행한 선생은 이 가게가 대만계 자본의 프랜차이즈 식당이라고 한다. 로고에 영문으로 커피를 써서 커피전문점인 줄 알았더니 경양식집에 가깝다. 샹따오카페이는 커피 이외에도 쥬스 류와 탄산 음료, 맥주까지 판다. 음식은 간단한 디저트 류보다는 스테이크 등의 서양 요리이다. 이 정도면 커피전문점은 아니다. 베이징 자.. 더보기
[중국차] 텐진(天津)시 주장따오(珠江道) 차도매시장의 차상인 황씽쑨(黃興順) 황씽순 사장은 중국 텐진(天津)시 주장따오(珠江道)에 있는 텐진시차도매시장(天津茶葉批發市場)에서 차를 파는 상인이다. 2007년 5월 베이징 띠단꽁위엔(地壇公園)에서 개최된 베이징도서전(北京書市)에 갔다가 텐진을 거쳐서 귀국하게 되었다. 텐진에 있는 주짱따오 차도매시장의 황사장 가게에서 차를 사면서 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텐진을 갈 때마다 황사장의 가게를 들리다 보니 펑이어우(朋友)가 되었다. 중국에서 '펑이어우'는 친밀한 사이임을 드러낼 때 쓰지만, 때로는 상인이 물건을 팔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황사장과 나는 상인과 구매자로 만났으니 후자의 의미에 가깝겠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진짜 친밀한 사이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황사장 가게를 알기 전까지는 푸젠(福建).. 더보기
[중국차] 중국차의 향취 차마시기를 좋아하는 나는 중국에 갈 때면 방문하는 도시의 차도매시장(茶葉市場)을 빠지지 않고 들린다. 그곳에 가면 중국 각지에서 채취하고 가공한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차들은 산지보다는 중국 각지의 도시에 있는 차도매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데, 대부분의 가게들은 주력상품으로 삼는 차를 갖고 있다. 테꽌인(鐵觀音, 철관음) 가게는 테꽌인을, 푸얼차(普洱茶, 보이차) 가게는 푸얼차를, 화차(花茶) 가게는 화차를 주로 취급한다. 대개 이들 가게의 주인은 자기 고향의 차를 파는 대리상이거나 도매상이다. 테꽌인 가게의 주인은 푸젠성(福建省) 출신일 가능성이 높고, 푸얼차 가게의 주인은 윈난성(雲南省) 출신인 경우가 많다. 내가 주로 가는 차도매시장은 텐진(天津)시 주장따오(珠江道)에 있는 텐진시차도매시장(.. 더보기
독서삼여(讀書三餘) 영하 19도까지 내려간 겨울 밤에 책을 읽는다. 베란다 통창에서 들어온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다. 집밖의 온도는 영하 19도, 실내 온도는 대략 20도. 안과 밖의 기온이 무려 39도 정도나 차이 난다. 기온차가 크다 보니 방에서 바람(이걸 웃풍이라고 하던가)이 분다. 전문적으로는 대류순환이라고 하나. 하여간 무진장 춥다. 책 좀 보겠다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의지와 달리 몸은 고슴도치 등처럼 움츠려들고 있다. 보일러는 돌아가고 있는데 실내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유리창 쪽으로 노출된 몸쪽부터 뻗뻗해지고 있다.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면 온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최근에 사온 녹차를 우려냈다. 신선한 녹차향과 쌉쌀한 듯 고소한 맛이 좋다. 그런데 두 번째 .. 더보기
'울렁 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가 아닌 새해 첫날부터 길 떠날 짐을 꾸린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싸돌아 다니는 나에게 "역마살이 낀 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역마살이 낀 인생을 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짐을 꾸려야 할 일이 많았다. 짐꾸리기도 이력이 붙나 보다. 짧은 시간에 짐을 꾸리고 빠진 것이 없나 생각해 본다. 막상 비행기타고 나면 챙기지 않은 물건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현지에서 사서 쓰는 수밖에 없다. 여행을 잘 다니려면 현지 물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자주 출장다니는 사람들은 항상 두 개의 트렁크를 준비하다고 한다. 출장지에서 돌아와서 다른 곳으로 바로 가야 하니까..... 그들처럼 살지도 않는데 나도 그들만큼 짐을 꾸렸던 시절이 있었다. 일주일에 사흘은 짐을 꾸리고 풀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 더보기
신세계 백화점의 80주년 광고책과 식민지라는 과거 11월 초, 신세계백화점이 상품광고책을 보냈다. 우수고객에게만 보낸다고 하는데 반갑지만은 않다. 백화점은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우수고객을 선정할꺼고, 광고책자를 보내 돈쓰러 오라고 꼬신다. 신문에 끼어 오는 할인점, 동네 슈퍼의 전단지는 보지도 않거나 대충 보고 버리는데, 백화점에서 보내는 광고책은 꼼꼼하게 본다. 할인권도 있고, 무료주차권도 있고, 백화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다는 상품도 있고(단독기획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 하여간 열심히 사야할 물건의 할인권을 접어가며 본다. 아! 내 마음 속에 이렇게도 사고 싶었던게 많았나?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그러다 막상 백화점에 가면 왕만두 할인권과 굴비 할인권만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왕만두와 굴비 이외의 .. 더보기
[북한산] 비봉능선을 오르다 지난 주 산행에서도 약속한 시간보다 늦었는데 이번에도 20분이나 늦었다. 불광역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친구에게 미안했지만 어떤 말로 변명해도 구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냥 웃음으로써 미안한 내 마음을 표현했다. 친구와 산행을 같이 한지도 일년째이다. 친구의 꼬임에 빠져 산에 오르지도, 산이 나를 불러서 오르지도 않지만 한 번, 두 번 오르다 보니 벌써 북한산에 열 번 넘게 갔다. "소싯적에~"과 관련된 산의 기억을 지우기로 했다. 다람쥐처럼 산을 오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등산 안내지도에 적힌 시간대 안으로 목표점에 도착했었던 기억, 무거운 장비를 메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풍떨던 기억, 겨울산이 좋아 갔다가 낙오 직전에 정상을 포기하고 돌아섰던 기억 등을 지우기로 했다. 그렇다고 비장한 각오로 산행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