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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4탄 진달래가 멋지게 피어 있는 장면을 담으려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드디어 진달래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한동안 진달래를 향했던 마음을 접어도 되겠다. 더보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3탄 새벽에는 제법 많은 비가 오더니 가랑비로 바뀌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의정부 서부순환도로로 들어섰다. 도봉산과 사패산 옆으로 지나가는 이 길만큼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곳도 없다. 도봉산 신선대로 이어지는 다락능선과 망월사, 사패산 능선은 계절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작업실로 차를 몰고 가다 가끔씩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그 때마다 다채로운 색을 보게 된다. 요즘은 나무에서 새순이 피어 나오면서 만들어 내는 신록의 색이 좋을 때이다. 사패터널 위로 등산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올라가본 적은 없었다. 사패산 아래쪽부터 타고 물들어 가는 신록에 빠져 사패터널 입구 갓길에 차를 세웠다. 터널 옆에 만들어진 길을 올라가니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 더보기
탐매광(探梅狂)은 아니지만... 춘천갔다 오는 길에 가평에 들렀다. 서울에서 가까워 시골처럼 느껴지지 않는 곳이지만, 높은 산등성이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곳의 기후만큼은 산골이다. 협곡 사이에 들어선 마을의 하루는 짧았다. 아침 햇살은 늦게 시작되었고 저녁해는 짧았다. 다른 곳보다 늦긴 했지만 가평읍 주위 산능성이까지 봄꽃이 물들면 봄의 정취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두 번의 봄을 맞았는데, 인상을 강하게 준 것은 청매(靑梅)의 짙은 향기였다. 읍내로 가는 길에 이 매화나무가 있었다. 4월 중순 열흘 안팎으로만 청매는 향을 뿜어냈다. 이 매화향에 취해 열흘 정도는 이 길을 일부러 지나갔다. 매화 나무에 가까이 가기도 전에 향이 진하게 풍겨져 왔다. 꿀벌들은 다른 나무보다 유독 이 나무에서 몸을 비비고 있었다. 그 진한 향에 취해 꿀.. 더보기
매화구경보다 인정(人情)을 느꼈던 '맹골마을 매화꽃 축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친구사무실에 들렀다가 매곡리(일명 맹골마을, 양주시 남면)에서 매화꽃 축제를 한다기에 점심도 못먹고 나섰다. 가다 먹기로 하고 나섰지만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다. 맹골마을로 가는 길을 잘못 찾아 이리 저리 헤맨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매화꽃 축제라는데, 정작 매화는 드문드문 피어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벚꽃, 살구꽃, 산당화가 더 많은 모습에 실망했다. 맹골마을 정보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을 돌아 다니다 보니 한 끼도 못먹었던 터라 속까지 쓰려왔다. 보건진료소 앞에서는 다음날 있을 행사 무대를 만들고 있고, 마을회관 안에서는 음식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마을에 있는 미술 체험장에서는 교육이 끝났는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숫사자의 갈기처럼 복슬.. 더보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2탄 집 앞 개천가에 벚꽃이 가득하게 피었다. 올 봄 남녘을 떠돌았던 터라 여러 봄꽃을 봤지만, 흐드러지게 핀 벚꽃 무리를 보니 봄의 한 가운데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유연하게 가지를 내린 모습에서 벚꽃만의 정취를 느낀다.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서 또 한 송이가 된다. 깃털보다 가벼운 꽃잎도 하나의 무리가 되니 꽤나 무겁나 보다. 땅을 향해 고개 숙인 모습이 수국 꽃봉우리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같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도 꽃샘추위에 잔뜩 움크려야만 했던 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곱디 고운 색을 드러낸 벚꽃나무의 자태에 취해 갈 길도 멈추고 이미지를 담았다. 개천을 물들인 벚꽃의 향연은 낙화(落花)에서 절정을 맞는다. 난 활짝 핀 벚꽃보다 눈처럼 날리는 낙화(散花라고 해야 하나)를 좋아한다... 더보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1탄 완연한 봄이다. 지천으로 핀 꽃사태 속에서 구청 화단에 핀 들꽃들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할미꽃, 돌단풍, 매발톱꽃이 위아래를 향해 꽃잎을 펼쳤다. 덩달아 꽃양귀비,팬지, 금잔화가 무리지어 피면서 융단을 만들었다. 아편이 나온다는 진짜 양귀비가 아닌 꽃만 양귀비인 이 꽃의 자태에 혹한 때가 있었다. 강원도 봉평에서 이 꽃을 보고 진짜 양귀비인 줄 알았다. 사진으로만 봤던 양귀비. 진짜 양귀비를 보지 못했으니 착각했으만도 하지. 사진으로만 봤던 꽃양귀비 무리는 환상적인 색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유럽에 가면 무리지어 핀 꽃양귀비를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자생적인 환경이 아니라몀 꽃양귀비밭을 만드는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고 들었다. 환경이 이러하니 바람.. 더보기
[도자기] 중국풍 분청 주자 권다온 선생의 공방을 찾았다가 한 눈에 반한 중국풍 분청 주자(注子). 둥근 원형의 주자 표면을 사각형으로 깍아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가늘게 뽑은 원형(圓形)의 손잡이는 위로 뻗어 가다 반원을 그리며 마무리되었다. '가로로 누은 원'과 '세로로 선 원'이 이 주자의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단순화된 원형이 안정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해서 밋밋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사각형으로 깎은 주자 표면은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덤벙'이 만들어 낸 주자 표면의 은은한 연회색 빛도 자연스럽다. 이 주자를 어떻게 쓸까 생각해 본다. 주전자(酒煎子)로 쓰려면 은근하게 데울 수 있는 화로가 필요한데다, 그다지 술마시는 걸 좋아하지도 않으니 일단 포기한다. 철관음이나 보이차를 넣고 우려내려다 주춤한다. 모양은 중국의 .. 더보기
[내 인생의 소품] 향(香) 향갑을 열자 갇혀 있던 농향(濃香)이 퍼져 나온다. 오늘은 어떤 향꽂이에 꽂고 살라볼까. 불두상 향로가 눈에 띄었다. 텐진차도매시장의 왕사장에게서 빼앗아온 향로이다. 철관음차를 사러 갔다가 이 분(향로지만 부처님 두상이라...)을 모시고 싶다고 했다. 왕사장은 망설이는 듯한 시늉을 짓더니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준다. 아니! 귀한 물건이 아니었나? 내가 왕사장 가게에서 적지 않게 차를 산다고 해도 이렇게 흔쾌하게 주다니..... 숙소로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 보니 틀로 찍어 만든 모습이 역력하다. 볼록하게 나온 면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은 유약으로 덧칠까지 되어 있다. 향연(香煙)이 나오는 나발(부처의 소라모양 머리)도 크기가 제각각이다. 다음날 꾸러우(鼓樓, 과거 텐진의 중심이었으나 지금.. 더보기
저녁노을에 취해 익산 미륵사지로 가는 길은 멀었다. 이십 여 년만에 찾아 가다 보니, 이곳을 어떻게 왔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정작 사진에 담으려 했던 미륵사지 석탑은 해체 복원중이라 볼 수 없었다. 몇 년 전 신축(절대 복원이 아니다)한 흰 석탑만이 저녁 노을에 물들고 있었지만, 그 생경함이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 나오다 미륵사지 연못에 비친 노을이 예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카메라에 담았다. 같이 간 선배에게 '아트야'를 내뱉으며 나의 사진 실력에 도취된 순간, 메모리에 장애가 발생했다. 차에 두고 온 여분의 메모리를 가지러 가면 이 광경을 담을 수 없는 상황. 두 대의 카메라를 갖고 갔던 터라 메모리를 바꿔가며 붉은 노을을 찍었다. 이 때까지는 좋았다. 여전히 '아트'의 감흥에 취했었.. 더보기
[커피] 차의 나라 중국에서 커피를 마시다 문득.... 중국은 차의 나라이다. 중국인의 문화에서 차는 매우 중요한 식품이자 기호품이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차는 중원은 물론 변경 지역 사람들의 삶에서 다양하게 응용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서구적 감성을 갖춘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차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세대들로 내려갈수록 차보다는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많고, 차배(茶杯, 차를 우려내는 도구)보다는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1999년 베이징에 첫 점포를 낼 때만 해도 지금처럼 중국 전역에 커피샵이 자리잡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해인 2004년 베이징에서 스타벅스(星巴克, 씽빠커)를 찾아가는 일은 정말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스타벅스보다는 1997년 대륙으로 진출한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