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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평원을 지나며 장쑤(江蘇省), 안후이(安徽省), 산둥(山東省 ) 일대에 펼쳐진 화북평원(華北平原)을 고속철도를 타고 지난다. 중국문명의 젖줄 황하는 관중평원(關中平原)과 화북평원의 경계인 함곡관(函谷關)을 지나서 드넓은 황토지대를 이곳에 만들었다. 칭하이성(靑海省) 쿤륜(崑崙) 산맥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관중지방의 황토를 끌고 와서 화북의 평원에 퍼뜨린다. 협곡 지대인 함곡관을 빠져나와 동쪽을 향해 흐르는 이 강은 생명의 강이자 문명의 강이다. 고대 이곳에서 터전을 일구던 화하족(華夏族)의 생명수였다. 한족의 뿌리인 화하족은 불어난 물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사업을 통해 황화문명을 이루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황하 하류의 물줄기는 유동적이었다. 홍수가 나면 원래의 물줄기를 벗어나 새로.. 더보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배울 점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서 일대 (一帶)는 하나의 권역, 일로(一路)는 각지를 연결하는 하나의 교통망을 뜻한다. 이 정책은 고대 한나라와 당나라 시기의 비단길, 송명청으로 이어진 해상실크로드를 합작한 계획이다. 중국정부는 자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무역거래를 간청하던 고대와 중세 시기의 영광을 이 계획을 통해 재현하고 싶어한다. 중앙아시아 초원을 가로지르는 비단길의 주요 거래품목이었던 비단과 종이의 제조기술이 유출된 후, 송대부터는 도자기와 차로 돈을 벌었다. 아편전쟁 전까지 중국은 거만한 태도로 이민족을 대했다. 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외세의 침탈과 내전 등을 겪는 혼란으로 이어졌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경제제재와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더보기
지고 또 피고 카메라를 손에 쥐고 제일 먼저 찍은 사진은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이었다. 칼자이즈 렌즈의 기능도 테스트할 겸해서 찍어봤는데 고성능 DSLR로 찍은 사진에 근접할 정도로 괜찮다. 물론 마이크로 렌즈처럼 다양한 연출은 불가능하지만 내 몸을 고생시키면 삼각대를 안 쓰고도 좋은 구도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초 이사하고 집안이 건조해서 사온 호접란은 화사한 자태를 보이고 죽었다. 화원에서 최적의 상태로 출하한 서양란들은 꽃을 즐기는 식물이다. 서양란은 꽃이 지면 서서히 죽어간다. 간혹 살아서 한 줄기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최적의 생육조건을 갖추어준다고 해도 상품으로 출하하기 위해 영양제를 잔뜩 먹고 나온 처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서양란은 화병에 꽂은 꽃다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역.. 더보기
오랫동안 방치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며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짧은 생각들을 적어 보려고 한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아닌 블로그를 다시 이용하게 된 것은 매체 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묵혀 두었는데도 이곳을 매일 몇 십 명씩 찾아오는 것을 보면 내 오지랖이 좁지는 않았나 보다.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특정한 목적을 가진 글쓰기보다는 짧은 생각들을 사진과 함께 적어 보려고 한다. 방치되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하이엔드 똑딱이가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소니의 RX100Ⅱ가 손에 들어왔는데 성능 좋은 카메라를 놀리기 아까워서 찍은 사진들을 글과 함께 묶어보려고 한다. 한 시간 정도로 쓸 수 있는 글을 생각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될지.. 더보기
[커피] 사이폰(Syphon)으로 커피 추출하기 - 하리오(Hario)식 사이폰 사이폰(Syphon)을 이용하여 커피를 뽑는다. 사이폰은 압력차를 이용하는 커피 추출방식이다. 사이폰 추출도구는 물을 담아 끓이는 유리볼, 커피를 담는 플라스크, 이 두 용기를 결합시키고 지지해 주는 받침대, 유리볼에 열을 가하는 알콜램프로 구성되어 있다. 알콜램프를 쓰지 않고 할로겐이나, 사이폰용 전용 가스렌지를 쓰는 경우도 있으니 알콜램프는 필수 구성품은 아니다. 이외에 플라스크의 커피를 저어줄 수 있는 나무 막대가 필요하다. 아, 커피를 추출하려면 시간을 잘 지켜야 하기 때문에 타이머가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드립 방식을 좋아하는지라 사이폰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드립 방식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여러 회사의 드립퍼들이 있고,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같은 드립퍼로도 다양한 맛을 낼 수 .. 더보기
[책글] 계림에 빠지다 - 계림몽환(桂林夢幻) 久保田博二, 写真集 桂林夢幻, 東京, 岩波書店, 1982 작년 11월 중순 일본 출장 일정의 마지막 날 간다(神田) 고서점가에 들렀다. 개인적인 일정을 갖기 어려웠던 출장이라 돌아오는 날에나 겨우 나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간다의 고서점가에서 사진집을 사고, 여유가 되면 유라쿠초(有樂町)에 있는 니콘 갤러리까지 들려 보기로 마음먹고 시나가와(品川) 역으로 갔다. 일행들과 다시 만나기로 한 저녁시간까지 돌아오려면 서둘러야만 할 것 같다. 시간을 아끼려면 숙소가 있는 시나가와 역에서 JR야마노테센(山水線)을 타고 시부야(渋谷)에서 내린 후, 도쿄메트로 한조몬센(半蔵門線)을 타고 진보초(神保町) 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렇게 가면 환승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두 번 표를 사야 한다... 더보기
[책글] AUTUMN 일본 출장 중 신주쿠 기노쿠니아(紀伊国屋)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치 않게 산 사진집. 이 책은 퀘벡과 온타리오 등의 캐나다의 남동부, 매사츄세츠, 코네티컷 등의 뉴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한 컷 정도밖에 없지만)의 가을 이미지을 담고 있다. Jean Mulatier의 은 캐나다의 가을 숲 풍경을 많이 담고 있다. 캐나다와 뉴잉글랜드의 가을숲이 만들어낸 다양한 색을 담은 이미지들은 화려하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이미지는 다른 곳에 비하여 '열배도 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가 담은 다른 곳의 가을색이 초라하지도 않다. 일본 교토의 단풍나무는 단풍나무대로, 프랑스의 담쟁이 류 잎사귀들도 완연한 가을색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서문에 쓴 것처럼 유럽의 가을색이 모노톤인지는 모르.. 더보기
[도봉산] 초겨울 우이암 오랫만에 친구와 산행에 나섰다. 그러고 보니 여덟 달만인가 보다.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정신없는 가을을 보냈다. 두 달동안 직무교육 받느라 몸이 근질근질했던 친구는 산에 가자는 내 말에 흔쾌히 동의하며서도 반신반의했다. 번번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이런 저런 일로 혼란스러워 설악산을 갔다 오기도 했지만, 정작 친구와 같이 하기로 했던 산행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4월 진달래 피던 다락능선을 탄 이후 몇 번 산행 약속을 지키지 못했더니 타율이 엉망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간다고 약속을 하고 몇 시간 못잔 상태에서 도봉산역으로 갔다. 몇일 전부터 두통이 심해지면서 속까지 메슥거렸던 몸 상태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친구에게 양해를 구했다. 도봉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보.. 더보기
봄도 넘기기 전에 앞 글에 이어서 씁니다. 일년동안 홀아비로 지내던 사돌이가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사순이를 만난게 너무 좋았는지 사순이가 톱밥 위로만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뿔을 곧추 세우고 허공을 쳐다보는 척했지만 실은 사순이를 찾고 있습니다. 사돌이는 사순이를 사로 잡기 위해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이미 늙어서 힘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둘은 새롭게 짝짓기에 돌입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몇 일만에 작업실에 왔더니 사돌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더군요. 평소에도 노쇠한 탓에 잘 움직이지 않던 놈이라 힘이 없어서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미동조차 하지 않네요. '아차' 싶어 사육통의 뚜껑을 열고 사돌이를 건드려 봤더니...... 죽음의 간.. 더보기
봄은 짝짓기 계절 작년 겨울 '사순이'를 떠나 보낸 '사돌이'가 오늘 새로 짝을 맞았습니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놈들입니다. 천적도 없는 사육통에 엄청난 알을 낳기 때문에 다 거두어 들일 수가 없습니다. 일단 사슴이 목장 주인장에게 낳은 알들을 주고 몇 알만 수습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번데기에서 벗어나니 정신을 못차리게 합니다. 살아 있다는 소리를 온몸으로 들려 줍니다. 저처럼 밤에 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 밤이 되면 더 시끄럽습니다. 어떤 놈은 벽을 긁어대고, 어떤 놈은 날아 보겠다고 날개짓을 하고.... 좁은 사육통 안에 갖혀 있다 보니 욕구 불만을 그런 식으로 시위하나 봅니다. 알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번데기, 번데기에서 곤충으로 탈바꿈하는 적지 않은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대의 '사순이'가 태어났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