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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하리오 V60 유리 드립퍼에 융필터를 끼우고 커피를 내리다 브라운 색 하리오 V60 유리 드립퍼(Hario V60 Glass Dripper VDG-02CBR)를 선물로 받았다. 일본의 유명 유리용품 제조업체 하리오에서 나온 이 드립퍼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 달리 유리이다. 플라스틱과 세라믹 재질의 드립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린 제품이다. 유리 드립퍼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리브의 돌출이 도드라져서 커피의 가스가 쉽게 빠질 수 있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물줄기의 흐름도 볼 수 있다. 친환경 소재인 유리로 만들어서 환경호르몬 때문에 세라믹 드립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다. 하리오 드립퍼는 코노 드립퍼처럼 원추형이다. 추출구가 하나라는 점도 같다. 그렇지만 리브의 모양이나 출수구의 크기가 다르다. 하리오 제품은 리브가 상단에서부터 하단까지 회오리.. 더보기
스쓰슥~ 쓰~~~윽, 어어! 쾅!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도 '기상청은 구라청'이라고 무시했더니 사단이 났다. 저녁먹고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눈내리는 캠퍼스의 낭만을 얘기했는데, 강의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심상치 않다. 함박눈이 펑펑! 차를 놔두고 갈까 말까 생각하는 동안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래도 낮부터 내렸으니 제설작업이 되었겠지 생각하고 차를 몰고 나왔다. 대학원 주차장 입구에 쌓인 눈을 보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학교를 가로지르는 가온로에 접어들었다. 가온로가 스키 활강장처럼 보였다. 아랫쪽을 보니 비상등을 켠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앞차를 들이 받고 서 있는 차, 과속방지턱에 걸려 겨우 서있는 차, 안미끄러지려고 이러 저리 핸들을 꺽고 있는 차, 방향을 겨우 돌려 반대편 차로로 올라가려고 굉음을 내고 있는 차.... 더보기
[커피] 카리타(Kalita)의 다양한 드립퍼들 손흘림 커피를 좋아하면 여러 회사에서 생산한 드립퍼를 사용하게 된다. 드립커피를 내릴 때 주로 사용했던 것은 카리타 제품이었다. 세 개의 출수구가 있는 카리타 제품은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하여 물조절이 쉽다. 카리타 드립퍼는 동(銅), 세라믹, 플라스틱의 세 가지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모양새만 본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동제품이 제일 좋아 보인다. 세라믹 제품은 자주 사용하보면 커피 기름이 출수구에 끼어서 출수가 좋지 않고, 플라스틱 제품은 왠지 재질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때문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금은 손에 닿는대로 여러 회사의 드립퍼를 쓰지만, 처음 손흘림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카리타의 세라믹 제품을 즐겨 썼다. 세라믹 제품은 예열이 늦다. 게다가 자주 면봉으로 출수구를 닦아줘.. 더보기
[북한산] 산행 재시작 1주년 기념 산행-원효봉에서 위문으로 소싯적에 산 좀 다녔다고 자만만 했던 나의 총체적 부실함을 적나라하게 체험했던 것이 벌써 작년이다. 그 일 이후로 십년도 넘게 중단했던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다행히도 교대제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어 산행은 외롭지 않았다. 가끔씩 산행 동료가 바뀌는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의 산행은 그 친구와 함께 한다. 친구는 쉬는 날만 되면 혼자 또는 직장 동료들과 서울 인근에 있는 산에 오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북한산 의상능선을 탔다. 작년 저질 체력의 나를 끌고 참담한 결과를 목격했던 친구와 일주년 기념(?) 산행을 했다. 작년과 같이 일곱 개의 봉우리를 넘어 대서문에서 구기동 계곡으로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와 약속에 없었던 저녁을 한 편집장과 함께 했다. 친구와 한 편집장은 이십여 년만에 조우했다. 나를.. 더보기
강신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선배가 교통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올해 세계 최초로 '동북아유목문화대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던 그는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주 화요일 새벽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섰다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오늘 오후 그는 회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멀리하고 북망산(北邙山)으로 떠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현대문학연구소 막내로 있을 때이다. 그는 선임 연구원인 김 선생님과 동기이자 막역지우였다. 그는 몽골국립대학교 국제관계대학 교환교수(1993-1996)로 근무하다 방학이 되면 김 선생님을 찾아 왔다. 나는 처음 그를 봤을 때 몽골인인줄 알았다. 단단한 체구에 거무스름한 얼굴이 그를 몽골인처럼 느끼게 했다. 나에게 .. 더보기
일락서산(日落西山) 오랫만에 아이와 단 둘이 길을 나섰다. 아이와 함께 곤충집 톱밥갈이를 하러 간다. 국립수목원 근처의 곤충 농장(곤충키우는 곳을 농장이라고 해야 하나?)에서 일을 마치고 작업실로 방향을 돌렸다. 원바위 고개(어하 고개의 별칭인데, 이곳 사람들은 '어하 고개'보다 '원바위 고개'라는 이름을 더 많이 쓴다)를 넘어 양주 시내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이다. 고개를 내려 서면 옥정(玉井) 마을이다. 마을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이곳에서 생산한 쌀은 밥맛이 좋았다. 그러나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문전옥답(門前沃畓)을 파헤친 탓에 옥정쌀도 밥맛이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논이 택지로 수용되면서 이곳의 풍광도 많이 변했다. 그래도 아직은 수용되지 않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렇지만 원바위 고개 .. 더보기
[내 인생의 소품] 연필 오랫만에 칼로 연필을 깍았다. 얼마만에 깍았나 생각해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거친 필기감을 느끼게 하는 연필이 좋다. 내 책상 위에는 방금 깍은 오렌지 색 HB연필 세 자루가 있다. ㄷ사와 독일의 S사의 제품이다. 이들 회사의 연필을 특별하게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우개가 달린 오렌지 색 연필의 변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이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요즘 생산되는 연필은 심도 단단하고, 심을 둘러싸고 있는 목질도 잘 깍이지만, 어린 시절에 사용했던 연필은 그렇지 않았다. 목질은 너무 단단해서 깍다 보면 뭉텅이로 껍질이 벗겨지기 일수였고, 그나마 목질의 모양을 만들고 심을 다듬으려고 칼을 대면 연약한 심은 쉽게 부러져 버렸다. 그런데 어느날 손에 들어온 미제 연필은 모양은 비슷했는데, 품질은 비.. 더보기
[덕유산] 비바람 몰아치는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3) 향적봉에서 구천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수월하다. 설천봉까지 기계를 타고 온 터라 비만 오지 않는다면 쾌적한 산행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등산보다는 하산 과정이 더 고통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왠지 힘이 덜 들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향적봉은 정상의 암석 지대를 제외하고 관목 지대와 초지를 보호하기 위해 목조 구조물을 설치한 곳이다. 아마도 다른 국립공원 봉우리들처럼 온전히 걸어서 올라야만 하는 곳이라면 이렇게까지 보호막을 설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 곤돌라를 타고 와서 향적봉까지 산책 삼아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향적봉에서 중봉을 거쳐 구천동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생각했는데, 정상에 짙게 낀 운무 때문에 백련사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중봉으로 가고 .. 더보기
[커피] 자마이카 블루마운틴(Jamaica Blue Mountain No.1) 누군가 그랬다.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은 살떨려서 못볶는다고. 그렇다. 다른 커피에 비하여 열 배도 넘는 가격의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을 볶다 실패하게 되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재작년 출장갔다 오는 후배를 꼬드껴 일본에서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을 공수해 왔다. 후배와 볶은 커피를 반으로 나누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막상 커피를 볶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싼 날콩을 볶다가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Jamaica Blue Mountain No.1과 Hawaiian Kona Extra Fancy는 가격대도 만만치 않지만, 커피 볶기 과정에서도 불 조절, 적당한 멈춤 시점 등 예민하게 신경써야 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 같은 고가의 날콩을 볶기 위해서는 .. 더보기
커피맛을 안다? 커피를 볶는 것은 정말 큰일이다. 커피를 볶기 전에는 베란다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치우는 것부터 로스터기, 냉각기 등을 위치시키는 과정이 번거롭게 하고, 볶은 후에는 커피를 볶으면서 나온 각종 오물(이걸 오물이라고 해야 하나?)을 치우고 물청소 하는 일 번거롭게 한다. 내가 쓰고 있는 직화식 유니온 샘플로스터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엄청난 껍질(chaff)들이 나온다. 업소에서 사용하는 로스터기들은 껍질들을 흡입해서 모으는 깔대기통(cyclone) 등이 있어서 청소가 편하지만, 좁은 베란다에 이것까지 늘어놓을 수는 없어서 포기했다. 내가 사용하는 샘플로스터는 2008년 일본 출장 때 동료들에게 엄청난 타박을 받으면서 들고 온 놈이다. 서점에서 산 책과 도서관에서 복사한 자료.. 더보기